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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풍경

연애의 풍경_감정

'사랑'인가요?

'사랑'하면 어떤 감정이나 마음이 떠오를까? 설레임? 흥분? 심장박동? 기혼자들에게서 들려오는 결혼하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설레임이 없어진다는 얘기들, 그리고 계속 심장이 뛰어면 심장마비에 걸려 죽는다는 우스갯소리에 비춰봤을 때 대부분 사람들은 '사랑'을 위와 같은 감정상태들로 여기는 듯하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런 감정이 수반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적인 상태 자체가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는 우리가 연인이 아닌 다른 것 혹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데서 알 수 있다. TV에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왔을 때, 아니 조금 더 적나라하게는 그 연예인을 실물로 봤을 때 우리는 모두 설레이고, 흥분되기도 하며,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지 않던가? 그래서 사랑에는 그런 감정이 수반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감정 자체가 사랑은 아니다.

아니 사실 어떤 사람들은 사랑을 하는 데 있어서 그런 감정이 수반되지 않기도 한다. 그런 감정적 흥분과 설레임이 없다고 해서 누군가에 대한 마음이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니란 것이다. 사랑이 '상대를 나 자신만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라면, 그런 감정적인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도 상대가 괜찮은지 마음이, 그리고 신경이 쓰인다면, 그리고 그 사람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건 사랑일 것이다.

호감, 좋아하는 마음, 사랑

사람들이 설레임과 감정적인 변화들을 자신의 마음을 측량하는 척도로 삼는 것은 그게 가장 쉽기 때문이다. 그건 분명하게 드러나니까. 그런데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호감이고, 좋아하는 수준이며 어디부터야 비로소 사랑이라고 할 수 있나? 소개팅 후에 3번 정도 만나고 나서 더 만나면 사귀는 것이라는 공식 아닌 공식처럼 되어버린 명제가 있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누군가를 3번 정도 만나고 나면 사랑에 빠지는 걸까?

아니다. 일단 나를 포함해서 저런 공식 자체를 부인하고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 꽤나 많은데, 그건 '연애'를 시작해서 '연인'이라는 관계에 들어가는 기준에 대한 생각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3번 정도 만나고 나면 사귀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일반적인 경우에는 두 사람이 3번 정도 만나고 나서 더 만나게 되면 두 사람 사이를 끊는 게 애매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첫 소개팅은 식사와 차 또는 술, 두 번째 정도는 또 식사랑 차, 세 번째 정도에 영화나 연극, 미술관을 가고 나면 그 이후에 두 사람이 뭔가를 계속 이어가는 게 애매해지는 면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연인이라고 해서 서로를 깊게 사랑해야 하는 게 아니며 연애를 한다는 것은 결국 두 사람이 서로에게 집중하면서 알아가는 기간'이라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두 사람이 연애를 시작해도 크게 이상할 건 없다. 하지만 연인이란 '서로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확신이 있고 깊은 감정이 있는 상태'라고 한다면 3번 만나고 연애를 시작하는 건 이상한 게 당연하다. 이처럼 언제부터 두 사람이 연인인지에 대한 관점은 연애, 그리고 연인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서 생각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연인이 되었다고 해서 스킨십 등의 진도를 어느 정도 이상 가져가도 된다는 식의 공식이 존재할 수는 없다는 데 있다. '연인인데 그 정도 스킨십도 못하냐'는건 후자처럼 서로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확신이 있고 깊은 감정이 있는 상태에서는 어쩌면 일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3번 정도 만나고 연애를 시작하기로 한 사이에선 사실 스킨십이 불편한 게 더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이렇듯 연애에는, 그리고 연인이 되는 데는 분명한 공식은 없다. 어떤 사람들은 느긋하게 오래 보면서 서로에게 깊은 관계가 되어가는 것을 선호하고, 어떤 사람들은 연인의 틀 안에 들어가서 서로에게 집중하기로 약속한 후에 서로를 알아가는 것을 선호한다. 이 차이에는 '다름'이 있을 뿐, '틀림'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분명한 건 상대방에 대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호감이 있다면, 감정속도의 차이와 다름을 서로 어느 정도는 배려해줄 수 있어야 한단 것이다. 어느 일방이 아니라 쌍방이 같이.

욕심, 욕구, 욕망과 사랑

그런데 스킨십의 측면에서도, 연인이라는 틀에 들어가는 면에서도 인간 안에 있는 욕심, 욕구와 욕망이 이러한 배려의 장애로 작용한다. 그건 때로는 성적인 욕구일 수도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때로는 상대가 지금 내게 약속을 하지 않으면, 지금 연인이 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사람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마음은 절대로 호감도, 좋아하는 것도, 사랑일 수도 없다. 그건 상대방을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소유욕일 뿐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쓰는 표현인 '사랑하면 이 정도는...'이란 말은 사용되어서는 안 되는 표현이다. 이는 사랑한다면 당연히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것이 존재할 수도 없고, 사람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랑한다면, 혹은 연인 사이라면, 어느 정도 이상 기간 동안 사귀었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스킨십을 하는 게 정상이라는 말도, 사랑한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선물은 해줘야 하는 것이라는 말도, 사랑한다면 통화를 일정 수준 이상해야 한다거나, 반드시 집에 데려다줘야 한다거나, 연락이 되지 않아도 알아서 이해해줘야 한다는 식의 말은 모두 굉장히 자기중심적인 생각일 뿐 사랑이 아니다. 그건 상대를 내 마음대로 움직이게 만들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에서 나오는 표현들이지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요구가 아니란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표현받고 싶은 방법이 다르다. 그리고 그 방법이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연애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두 사람이 그 표현방법을 어느 수준까지 맞출 수 있는지에 있다. 상대방의 사랑의 언어를 파악하고 최대한 맞춰주기 위해서 "둘이 같이" 노력하는 것, 그 과정 자체가 어쩌면 사랑이 아닐까? 그런데 문제는 누구나 자신과 사랑의 표현방법이 다른 사람과 맞히는데 한계가 있다는 데 있다. 서로 그 언어를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게 맞춰지지 않는다면, 그건 충분히 두 사람이 헤어질만한 이유가 된다고 난 생각한다.

다만, 그렇게 맞춰지지 않는다고 해서 상대가 일방적으로 맞추기를 강요하는 것은 절대로 사랑일 수 없다. 그건 상대를 자신의 욕구와 욕망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도구로 활용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우리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자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단순화해서 생각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쉽고 빠르게. 물론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그렇게 하는 게 좋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은 쉽게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질 수는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의 '감정'과 '본능'은 분명하게 구분되어야 하며 사랑은 절대로 본능적으로 욕구와 욕망으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움직임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감정이 움직이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어려운 것은 내가 어떤 감정인지를 아는 것이다. 건강한 가정에서 사랑을 충분히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잘 알 수 있지만 사실 그렇게 건강한 부모를 둔 사람은 세상에 많지 않다. 특히 20-30대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을 때 그렇게 성숙하고 건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은 정말 드물다. 그리고 그들의 그 미숙함은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에 온전히 사랑받고, 자신의 감정을 아는 사람은 생각보다 아주, 매우 드물다. 따라서 자신의 감정이 욕구인지, 욕망인지, 호감인지, 좋아하는 마음인지, 사랑인지를 모른다고 해서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는 그 과정에서 실수도 하고, 넘어지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다시 한번 일어나서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상대가 했던 행동과 말들을 떠올리며 그게 어떤 감정이었는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무슨 연애를, 사랑을 그렇게 어렵게 하냐고 물을지 모르지만 20세기에서부터 이뤄진 수많은 연구들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관계'와 그 관계에서 느끼는 '행복'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그렇게 알아가는 것은 어쩌면 우리들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나는 결혼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야'라고 너무 쉽게 단정하지 말자. 또 '나는 어떻게든지 결혼해야 해'라고도 단정하지 말자. 그런 결론은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다음에 내려도 늦지 않다. 충분한 고민과 경험을 한 후에 결론이 내려지면, 내가 나를 조금 아는 듯하다는 일정 수준 이상의 확신이 있을 때 어느 쪽으로든 결론을 내려도 충분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연인이라는, 연애라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가 내게 무엇인가를 강요한다면 우린 그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로 인해 상대가 떠난다면? 그 정도로 떠날 사람이었다면 그 일이 아니었어도 언젠간 떠났을 사람이 분명하다. 그러니 상대방을 배려는 하되 나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자. 연애도, 사랑도 날 위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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