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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 혹은 개독/일반적인 신앙에 대하여

한국교회와 결혼

한국교회 청년부의 현실

내가 예전에 다녔던 교회에서는 목사님께서 청년부 예배에서 대놓고 그런 말씀을 하셨었다. 이 안에서 만나서 가정을 꾸리면 좋겠다고... 물론 같은 교회에서 만나서 가정을 꾸리면 그만큼 안정적이고 좋은 것도 없는 것은 사실이다. 마치... 동향 사람들끼리 결혼을 하거나 캠퍼스 커플로 연애를 하고 결혼하면 좋은 것처럼... 서로 공유할게 많고 공감할 수 있는 것도 많을 뿐 아니라 같이 아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그런데 유독 특히 한국 교회에서는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끼리 결혼하는 것을 그 이상의 어떤 창조의 목적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성은 한국교회의 청년부를 짝을 찾기 위한 사냥터로 만들어가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교회들의 청년부는 짝을 찾는데 혈안이 되어있는 사람들이 가득한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실제로 내가 아는 지인들 중에는 '교회에도 다니는 남자가 왜 연애를 못하고 있냐'라고 묻는 이들도, 연애를 하기 위해서 교회에 갈지 여부를 고민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교회에 다니는 20-30대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교회 다니는 스펙

만약 이들이 정말로 상대의 신앙 색이 그렇게 중요하고 신실한 사람을 찾는 것이 최우선 순위라면 이를 존중하고 인정해줄 수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있으면 이들은 '신앙'이 아닌 교회를 다닌다는 스펙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내가 속한 기독교 관련 모임들에서는 거의 항상 정말 순수하고 뜨거운 신앙을 가진 사람보다는 일단 교회를 다니면서 좋은 대학을 나와서, 정직원으로 괜찮은 연봉을 갖는 멀끔하게 생긴 남자들이 항상 인기가 더 많았다. 그런 조건을 보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내가 지적하려는 건, 그런 것보다 신앙이 더 중요한 것처럼 말하면서 사실은 다른 계산을 하고 있는 게 잘못된 것이란 얘기다. 그러기보다 차라리 적나라하게 본인이 의식하게 되는 걸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

결국 반드시 교회 다니는 남자 혹은 여자를 만나서 결혼하겠다는 사람은 물리적으로 교회에 다니는 '스펙'을 원하는 것이지 그들이 믿는 신을 같이 바라보고 그 안에서 살아갈 생각은, 냉정하게 얘기해서 많은 경우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교회 다닌다는 사실과 스펙에만 눈이 멀어 그 사람 자체는 제대로 보지도, 분별하지도 못해서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이유들로 헤어지는 경우도 많이 봐왔다. 

그래서인지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면 어떻게든 상대를 교회에 다니게 하려는 노력을 하고, 그게 그 사람들을 교회 다니는 사람들을 피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경우도 많이 봤다. '교회 다니는 사람만 아니면 일단 만나볼게'라고 교회에 다니지 않는 내 친구들은 소개팅을 주선해 줄 때 그랬다. 내가 교회에 다니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얼마나 독하게 당했으면 그랬겠나. 과연 그렇게 사람들이 교회에 치를 떨게 해서, 하나님을 보기 힘들게 만드는 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일까? 

그렇게 상대를 억지로 교회에 끌고 나가려는 게 조금 심하게 말하면 명품백을 선물로 억지로 사달라고 하는 것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 건 내가 너무 시니컬하기 때문일까? 표현만 그렇게 하지 않을 뿐이지 상대를 나에게 일방적으로 맞추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한다는 면에서는 본질적으로 사실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게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신앙보다 성품

그래서 나는 누가 신앙과 성품 중에 하나를 굳이 고르라고 하면 성품을 보라고 조언한다. 사실 이 전제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진짜 신앙을 갖고 있다면, 진짜 하나님을 믿고 작은 예수로 살겠다고 하는 기독교인이라고 하면 그 사람의 성품이 바뀌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신앙'이 좋다 함은 보통 교회에 열심히 나가고 교회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교회 일을 많이 하는 사람과 신앙이 좋다는 것은 구분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의 신앙과 성품을 고르라면 나는 '본인이 교회에 나가는 것을 존중해 줄 수 있는' 성품이 좋은 사람을 만나라고 한다. 이는 종교가 달라도 그걸 상대도, 본인도 존중해 줄줄 알아야 한단 것이다. 그리고 교회에 다니는 여자분들 중에는 결혼하기 전에 상대를 무조건 교회를 끌고 가려고 하는 분들이 계신데 장담하건대, 그렇게 해서 교회에 끌고 가봤자 결혼하면 그 사람 다시 원상복귀할터이니 굳이 그런 노력은 억지로 할 필요가 없다. 

음식도 억지로 식도로 밀어 넣는다고 소화되지 않는데, 누군가의 생각과 신념을 바꾸는 게 억지로 한다고 되는 일인가? 정말 상대를 사랑해서 내가 정말로 너무나도 사랑하는 하나님을 상대도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그 일은 하나님께서 하실 것이라고 믿고 기다리며 그 사람 옆에서 잠잠히 기다리는 것이 상대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행동은 아닐까? 내가 무엇인가를 나서서 하려고 할 것이 아니고 말이다. 

결혼을 해야만 하는가?

이런 얘기를 하면 누군가는 그렇게 반박을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다 평생 혼자 살게 될지도 모른다고. 성경에서 생육하고 번식하라고 했다고. 그런데 그런 식으로 성경을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이단으로 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그렇다면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평생 살았던 다니엘은, 바울은 하나님의 계명을 어긴 사람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결혼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지만 안 하고 살 수 있다면 안 하고 복음을 전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한 바울의 가르침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만약 인간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많이 낳아서 교회에 다니는 사람의 숫자를 늘리는 것만이 하나님의 복음이, 말씀이 이 땅 위에 퍼지는 방법이라면 그 하나님은 하나님이, 신이, 절대자가 아니지 않을까?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라면 어떻게든 복음이, 말씀이 퍼질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나? 그리고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아이를 낳는다고 그 아이가 기독교인이 되던가? 정말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사람, 아니 때로는 목회자의 자녀도 하나님은 물로 교회를 떠나는 것을 우리는 보지 않나? 

그런 식으로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얘기는 절대로 성경적이지 않다. 그리고 성경은 어디에서도 반드시 결혼을 해야만 한다고 얘기하고 있지 않다. 그러니 본인에게 솔직하고, 좋은 사람과 가정을 꾸리면 되는 것이고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과 성경적인 가정을 꾸리느냐에 있지 누구와 결혼하느냐에 있지 않다. 때로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는 것이 우리가 하나님을 더 바라보게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게 감사할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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