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는 박사학위를 받고 무단히도 학위를 갖고 통상적으로 가는 길을 가려 노력했다. 그 길들은 다 막혔고, 연초에 많이 힘들었고, 파트타임으로 도와주던 마케팅 회사에 정규직으로 들어갔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먹고는 살아야 하는데,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정규직으로 다시 들어간 그 회사에서 나의 또다른 성향을 발견했고, 당황했는데 내가 예상하지 않은 프리랜서 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제작이 나가리 될 것 같았던 하이에나는 역대급 캐스팅으로 제작과 편성이 이뤄졌다.
그 이후 일어난 일들을 하나로 엮어서 구체적으로, 공개적으로 기록에 남기기는 조금 조심스럽지만 '하나님이 내 인생을 왜 이렇게 끌고 가시지?' 싶은 일들이 내게 주어졌고, 작년 연말 그 일들이 하나의 그림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또 다른 새로운 도전, 정확히 말하면 지금까지 쌓아온 내 경험과 인생을 하나로 버무리는 과정이긴 하지만 누구도 가본 길이 없는 길을 가는 도전에 갑갑히 나를 사로잡았다. 얼마 전까지의 일이다. 하나님께서 '구진아 다시 새로운 길로 발을 내딛어라'라고 하시는 것 같았는데, 완전히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또다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지쳐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고, 정말 해야만 하는 일들만 하면서, 아니 해야만 하는 일들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면서 방황했다.
그땐 몰랐는데, 지금 돌아보니 방황이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놀랍게도 그 과정에서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이 내 방황에 밀리는 것이 아무 문제 없게 하셨다. 예전 같았으면 하나님을 원망하고 내 인생 왜 이러냐고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런 생각들이 스쳐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스쳐갔을 뿐이고, 그런 내 자신을 탓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나님께서 그런 내 환경을, 주위를 철저히 보호해주고 계신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평생을 그 보호막 안에서 살았음을 깨달았다.
하나님은 기다리셨던 것 같다. 머리로는 알겠고, 뭔가 그 길을 가는게 내게도 행복할 길이란 것은 알겠지만 이 땅에서 만으로 38년 넘게 살아온 나의 관성이, 나 역시 남들이 다 정답이라고 하는 인생을 나 부단히 따라갔던 사람이기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나를 놓아주기를 기다리셨던 것 같다.
진짜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었다. 내 안에 어떤 것이 심겨져 있는지를. 지금 돌아보면 하나님은 나를 부단히 그 길로 인도하려 하셨는데, 이 땅에 구속되어 그 길을 부정하고 세상에 말하는 정답,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안정을 찾아갔던 것 같다. 항상. 그리고 하나님은 내가 그런 상태인 것을 아시다보니, 나를 위해서 내가 갈 수 있는 길을 막아야 하셨고, 그렇게 돌아, 돌아서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
하나님은 우리의 실수도 쓰신다. 사람들은 하나님은 '실패'도 쓰신다고 하지만, 하나님의 기준에서 실패란 없다. 실패란 것은 지극히 세상적인 기준이 아닌가? 내가 내 안에 있는 것을 몰라서, 하나님께서 내 안에 세워놓으신 계획을 몰라서, 세상이 정답이라고 하는 길만 쫓아가서 돌아가는 '실수'를 한 것이고, 하나님께서는 그 길을 막으셨을 뿐이다. 그게 실패는 아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그 길을 막으시는 것은, 우린 그 시점에 그렇게 느끼지 못하지만, 사실은 하나님의 보호하심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왜 그런 실수를 하게 하시는지 원망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그런 실수를 죽지 않을 정도로 하고 나니, 마음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도 머리는 하나님의 뜻을 찾아 따라가려하게 되더라. 그게 작년 연말이었다. 모든 것은 남은 인생을 내가 하나님의 뜻만 보고 쫓아가게 하기 위한 배려고, 사랑이었으며, 보호하심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길을 마음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가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지를 아셨고, 내 마음이 움직일 때까지 내 걸음을 멈추셨다. 하나님께서 침묵하시는 것은, 인생이 앞으로 가지 않는 것은, 잠시 멈춰서 인생의 방향을 바로 잡고 네 마음을 추스리라는 하나님의 배려다. 어디로 갈지 모르겠을 때는 그 길을 찾으라는, 마음의 준비가 안됐을 때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라는 하나님의 배려다.
작년엔 상아탑에서 세상에 나와 방황을 하는 한해였고, 올해는 세상 속에서 살아갈 기초를 쌓는 한해였다. 돌아보니 그랬다. 이제서야, 세상에서 달릴 준비가 된 것 같다. 이제서야, 작년 말에 고민하고 기도하면 세운 계획을 살아낼 마음이 생긴다.
자세한 얘기들을 이곳에 다 털어놓을 수는 없지만, 그 얘기들은 하나님께서 내 인생에서 하나님의 계획을 이뤄나가실 때, 어쩌면 다 이루신 후에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들일 것이다. 내가 항상 하나님의 뜻을 모두 분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님으로. 지금도 내가 하나님을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 것임으로. 그건 그 일들이 지나간 후에야 할 수 있는 말이다.
이제서야 세상속으로 첫걸음을 내딛는다. 내 인생은, 이제서야 시작이다. 이제서야,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은 것 같다. 머리와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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