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금전적인 부분 얘기를 하다 서로 언성이 높아졌다. 금전적인 부분은 내 손에 있는 것 같지 않고, 난 내려놓고 내가 할 일들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는데 어머니께선 그게 '돈 생각하지 않고 그냥 살 수 있어'라는 나이브한 생각으로 들리셨나보다.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갔고 그러다 언성이 높아졌다.
내가 내려놨다는 것은 내 힘으로 그걸 다 넘어섰고 그것과 상관 없이 산다는 의미가 아니다. 난, 돈 좋아한다. 필요하다. 솔직히 회사원으로 살 자신이 없는 여러 이유 중 하나도 돈 때문이다. 회사란 곳은 있는 동안 수입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지만 CEO나 일정 수준 이상의 임원이 되지 않는 이상 어느 정도의 수입은 보장해주지 않지 않나? 지금 조금 힘들어도 내가 꾸준히 한 길을 파면 내가 가진 자산들로 길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리스크를 지고 가보기로 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런 용기가 있었다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현실이, 현재가, 지금 당장의 어려움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지난 몇 달은 그것을 넘어서는 과정이었다.
내게 내려놓음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다. 내가 내 의지를 갖고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온전히 믿을 때야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단 것이다.
이 지점에서 사실 돈을 좋아하는 마음과 내려놓음의 관계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시도를 해보자면, [내려놓음]은 내가 돈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지만 그것을 추구하지는 않을 수 있게 된단 것을 의미다. 그리고 내가 길을 만들 수 있단 것은 내가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 보인다는 것이지 그걸 이루는 것이 목표라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좀 궁핍해도 굶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지 부자가 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겠단 생각이 아니다.
필요하면 주실 것이고, 주시면 누리겠지만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이 길을 가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내가 가는 길을 가기로 했다. 내게 보이는 저 마을이, 내 생계도 해결할 수 있고 이 땅에 성경적 가치가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되기에 그 길을 가보기로 한 것이다. 부한데도 처할 줄 알고, 조금 부족해도 버틸 수 있게 되었다는게 이런게 아닐까 싶다.
내 욕심, 욕구와 욕망은 인정하되, 내 필요는, 정말 필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채우실 것이라 믿고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삶. 하나님께서 내가 부자가 되게 하실 것이란 믿음이 아니라 나를 굶기지는 않으시고 내가 정말로 필요한 건 주실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 그렇게 사는 것이 내게 진정한 평안을 줄 것이라는 것을 믿는 것. 그게, 내려놓음이다.
내려놓음, 우리의 욕망과 필요는 이처럼 그 관계가 묘하고 어쩌면 복잡하다. 아니, 이는 어쩌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도, 내 욕구와 욕망과 계획이 내려놓아지는 내 마음이 이해는 되지 않으니까. 그냥 그렇게 되는 것이니까.
[내려놓음]이란 책이 잘못된 것은 그 책은 마치 우리가 우리 힘과 능력으로 내려놓을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은 절대로 자신의 힘으로 내려놓을 수 없다. 오로지 은혜로, 하나님 안에 온전히 있을 때.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할 때야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다.
내려놓음은 우리의 목표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우리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을 어떻게 목표로 삼는단 말인가? 우리의 유일한 목표는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고 믿으며 사는 것이어야 한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믿고, 그 믿음을 결정에서, 현실에서 살아내는 것이어야 한다. 내려놓음은, 그 뒤에 따라 나오는 현상이고 결과지 그 자체가 나의 열매가 아니다. 내려놓음은, 내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내 안에 맺게 해주시는 열매란 것이다.
내가 내려놓지 못하던 것이 내려놔지는 것을 경험할 때, 그것이 우리 안에 주는 평안을 느낄 때 우리는 스스러에게 놀라게 되고, 그것이 은혜임을 알게 되며, 그 결과 하나님을 더 신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내려놓음이란 열매는 그런 힘을 갖는다.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내려놓음은 우리가 사모해야 할 열매지 목표로 할 대상이 아니다.
이 내려놓음이란 열매는, 우리가 계속 우리의 마음에 복음이란 물을 주지 않으면, 하나님 안에 거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썩어 문들어질 것이다. 우리가 평생, 매일,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것은 내려놓음을 포함하여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맺으시는 열매들이 열리게 하기 위함이다.
내려놓음은, 그 모든 열매들의 첫 열매다. 그 열매의 달콤함을 맛본 사람은 세상이 주는 다른 열매에 굳이 얼굴을 돌리지 않게 된다. 물론, 우리 안의 있는 또 다른 나는, 세상은 만만치 않아서 우린 계속 물을 줘야 한다. 기도와 말씀이란 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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