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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 혹은 개독/기독교인에 대하여

기독교 vs. 다른 종교

기독교가 다른 종교와 구분되는 지점은 다른 종교는 '나의 노력'으로 내가 바뀔 수 있다고 전제하고, 요구하는 반면 기독교는 '내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하는데 있다. 그리고 성경은 '네 힘으로 네 자신은 바뀌지 못하고, 하나님을 통해서만 가능하니까 하나님 앞으로 나오는데만 집중해'라고 말한다. 심지어 '네가 노력해도 안될테니 그때마다 진심으로, 마음으로 회개해, 그러면 하나님은 용서하실거야'라고 말한다. 다만, 여기에서 '회개'라 함은 형식이 아닌 마음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진짜 마음으로 회개한 사람은 행동이 조금씩,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다. 회개하면 용서해주신다며 오늘 도둑질 하고 내일 회개하고 나면 또 도둑질해도 된단 것이 아니다. 성경이 말하는 회개를 한 사람은 내일 도둑질이 하고 싶어도 참고, 참고 또 참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한국교회는 네가 노력하고, 네가 사역을 더하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성경은 '네 힘으로 안돼'라고 하는데, 자신들의 힘과 노력으로 뭔가를 하려고 한다. 복음이 왜곡되는데는 그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교회를 비판하고 욕하는 것은 자칭 기독교인들이 복음과 무관하게 살면서 그걸 포장하기 때문인데, 그런 사람들이 교회에 다니는 것은 맞지만 기독교인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는 물음표가 있다. 한국에 산다고 해서 다 한국인은 아닌 것처럼, 교회에 다녀도 기독교인이 아닐 수도 있다. 한국에 살아도 한국의 사회, 문화, 법을 모른다면 한국인이 아닌 거처럼, 교회에 다녀도 성경을 모르고 성경을 따라 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기독교인이 아닌게 아닐까? 

이와 관련하여 사람들은 또 '어디로 가든지 정상으로만 가면된다'는 말을, 특히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이 한다. 정상으로 갈 수 있다면 맞는 말이다. 우리는 그에 대해서 '그 길이 정말로 정상에 갈 수 있는 길이 맞냐?'고 물어야 한다.

종교가 추구하는 '정상'이란 무엇인가? 더 많이 사랑하고, 품고, 하루, 하루를 평안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기독교와 다른 종교들이 갖는 유사성은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 방향성과 결론에 있고 그 차이는 그 과정과 원리에 있다.

다른 종교는 '네 힘을 들이고 노력해야 정상으로 갈 수 있어'라고 하는 반면 기독교는 '네 힘과 노력으로는 안되고, 성령님의 도우심으로만, 예수님을 따라 가는 것으로만 가능해'라고 한다. 이건 작은 차이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엄청나게 큰 차이다. 내가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길로 가야 부산에서 서울로 갈 것이 아닌가? 부산에서 제주로 가는 배를 타면서 서울로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나?

서양에서 불교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은 어쩌면 불교가 기독교보다 [내]가 해야 할 것에 대해 훨씬 명확한 기준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개인주의적인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혀 있는 유럽과 미국의 기준으로 봤을 때 불교가 훨씬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불교도 세상 원리의 [진실]을 담고 있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다만, [진실]과 [진리]는 구분되어야 한다. 진실은 겉으로 드러난 사실이나 현상인 반면, 진리는 진실 아래에 있는 원리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진실은 불교에도 있지만 진리는 기독교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이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인간들은 어느 정도는 비슷한 본성과 방향성을 가지는가? 그렇다. 디테일에서는 차이가 잇지만 큰 틀에서는 비슷한 면이 있다. 그렇다면 그 안에는 방향성이 있는 것이고 같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길이 하나일 수밖에 없다. 돌고 돌아도 그 길로 오지 않으면 그 방향으로 갈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다. 답이 있는 문제라면, 답은 하나이지 이것도 저것도 될 수는 없다. 그건 마치 오지 선다에서 [문제에 000만 더하면 내 오답도 답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데, 문제에 000가 없으면, 오답은 답이 될 수 없다고 보는게 맞다.

기독교는 또한 다른 종교들은 우리가, 이 세상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추상적으로 '나를 다듬으면'만 강조하는 반면 기독교는 '창조 질서의 회복'이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도 다르다. 예를 들면 불교의 '열반'은 나의 상태지 인류가 추구할 방향은 아니지 않나? 만약 내가 세상의 중심이고 나만 중요하다면 신은 이 세상은 왜 만드셨나? 기독교의 '하나님 나라'는 사후세계의 의미도 갖지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대한 의미도 갖는다. 기독교에서 [하나님과 나]의 관계는 중요하지만, 기독교 자체가 절대로 개인주의 또는 개인의 종교일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다만, 사후세계와 연계해서 지금 당장 교회를 다니지 않고, 예수님의 존재와 가르침을 믿지 않으면 죽어서 지옥에 가냐고 묻는다면 난 모르겠다고 하겠다. 나는 우리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 알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게 맞다고 생각하고, 난 만약 기독교가 정말 유일한 길이라면 그걸 굳이 형식적이고 교회는 다니지만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들만 못한 사람들 때문에 하나님을 믿지 않을 필요는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