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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 혹은 개독/일반적인 신앙에 대하여

코로나와 하나님

코로나가 하나님이 벌을 주신거니 뭐니 이런 말. 내가 알 수 없는 것을 아는 척하지 않는 말을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말은 하지 않겠다.

다만, 세상에서, 나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왜?'란 질문을 할 때 나는 [하나님께서 왜 이 일이 일어나는 것을 허락(방치)하셨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하나님께 묻고, 원망하고, 욕하며 따진다.

사실 올해 8-9월까지만 해도 코로나에 대한 큰 불만은 없었다. 한 발자국도 앞으로 가지 않는 내 인생을 놓고 봤을 때, 오히려 온세상이 멈춰있는 듯한게 내겐 심지어 위로가 될 때도 있었으니까. 수입도,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줄어들지도 않았고.

하지만 10월, 11월이 지나 수입이 줄고 사람을 만나지 않는게 장기화되면서 '아, 내가 힘들구나'란 생각이 들었고 그제서야 하나님께 따지고 묻고 화내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일으키는 변화와 성경의 창조 원리에 대해서.

동생에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나도 잠시 출퇴근을 한 적이 있지만, 요즘엔 너 같이 정시 출근해서 일정시간 이상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다고. 그렇지 않은 삶을 10년 정도 살아보니 이젠 도저히 그 삶을 살지 못하겠다고.

동생은 그냥 하면 다 하는거라고 했다. 맞다. 익숙해지면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정말 인간본성에 맞을까? 우리는 언제부터 출퇴근이란 개념을 갖고 살아가기 시작했을까?

출퇴근 시간의 기원을 사람들은 보통 산업혁명에서 찾는다. 그 전까지는 적정한 때 해야 할 일을 하거나, 자신을 수양하는 차원에서 규칙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9 to 6같은 건 사실 인위적이고 효율을 위해, 나쁘게 말하면 착취하기 위해, 좋게 말하면 모두의 생계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돌리기 위해 만들어진 원칙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 변화수준이 유럽이나 미국보다 작지만, 유럽과 미국의 뉴스를 보면 코로나는 사람들의 일하는 패턴을 어마어마하게 바꾸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본사에서 수백 km 떨어진 곳으로 이사해서 재택근무로 일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더라.

그런 뉴스를 보면서 '어쩌면 인간은 코로나 덕분에 조금 더 [자연스러운] 삶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인간 본성에 맞게. 틀에 구속되지 않고 정말 본질적인 것만 틀에 맞춰서 처리할 수 있게.

그런 생각은 재택근무로 인해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마찬가지로 든다. 사람들은 재택근무하면서 아이들, 그리고 배우자와 붙어있게 되면서 너무 힘들다는 말을 쏟아내는데, 한 걸음 물러나서 생각해보자. 그게 얼마나 슬프고 잘못된 것인가? 서로를 얼마나 모르고 어색해하면 함께 붙어있는게 힘들단 말인가? 가족이 뭔대? 가족이 가장 가깝고 서로를 보듬어줘야 하는 존재 아닌가? 그런데 경쟁하고 부딪하고 서로 까고 까이는게 일상인 회사보다 가정에 있는게 힘들다고? 이게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가?

그런 부딪힘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것은 나도 안다. 부모님과 다시 살게 되면서 나도 경험했던 것이니까. 그런데 적응하고 나니 그게 오히려 복이 되고 감정적으로나마 가족과 가깝게 해주고 서로 맞춰줄 수 있게 해주더라. 그게, 하나님이 예뻐하시는, 바라시는 가정일 것이다. 우리가 힘들어 하는 것은 어쩌면 비정상적이었던 우리의 삶이 정상화 되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나도 마찬가지다. 올해 3월까지 몸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는데 살은 오히려 찌고 있는 듯하고, 갑갑하니 글은 안 써져서 써야 하는 글들은 계속 밀리고 있다. 운동도 못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놀지도, 만나지도 못한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제한되면서 우리는 무엇이 본질적인 것인지를 생각하고, 고민하고, 알 수 있게 되었다.

이걸 본질적인 것을 회복하고 추구할 기회로 삼을지, 아니면 불평불만만 하나 가득 표출할 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하나님은 어쩌면 그런 기회를 우리에게 허락하시기 위해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추는 상황을 허락하신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