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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20년 봄, 제주

다음 제주여행을 위하여

사실 일 년에 한 번씩은 가는 제주여행에 대한 글을 브런치 쓰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서울]을 주제로 유튜브를 하면서, 그 과정에서 공부하고 정리한 내용을 쓰기 위해 만든 매거진에 제주 얘기를 하는 것이 맞을까? 늘 그렇듯이, 내 브런치를 구독해 주시는 분들은 보통 특정 주제에 관심이 있어서 구독해 주시는 건데 내가 또 한 번 그 트랙에서 벗어나는 글을 쓰는 게 어쩌면 예의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되더라.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하지 않기엔 이번 여행이 내게 선물해 준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 그 기록을 남기고 싶더라. 여행을 다니며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면서 지인들을 괴롭히긴 했지만 그렇게 기록을 남기는 것과 내 글로 남기는 것은 또 다르지 않은가?

이런 작은 풍경들이 여행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올 해부터 세상에 한 발자국 나가서 '내 얘기'를 하기로 마음먹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불편하고 거북하게 하지만 않는다면 너무 다른 사람들 시선을 의식하지는 말자고 마음을 먹은 상태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공간에 아주 짧게나마 내 이번 제주 여행기를 정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번 제주여행이 나의 첫 제주여행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마지막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제주여행이 내게 소중한 것은, 상아탑 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나와 작년에는 세상에 다시 발을 딛고 허우적거리며 살았다면 올해는 내가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걷기 시작하는 첫 해이기 때문이다. 그 마음의 준비를 제주에서 했고, 과거의 힘든 시간들로 인해 내 안에 쌓여 있던 젖산들을 제주에 놓고 돌아왔다.

제주의 동쪽에 주로 머물고, 동쪽에 이미 떠 있는 해를 보며 2020년이 내게 내 인생의 또 다른 해가 뜨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만으로 30년 하고도 몇 년을 더 살았지만, 올해는 내가 진짜로 세상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첫 해이니 말이다.

우리는 그 순간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사람들마다 다를 것이다. 예전에는 유명한 곳에 가보고, 유명한 것을 보기 위해 여행을 간 적도 있는데 그러한 여행을 다녀오면 일상이 오히려 힘들고 지치더라. 여행을 떠나기 위해 오늘을 사는 삶을 사는 것은 내 인생의 99.9%를 버리는 삶이 되는데, 또 여행이 삶이 되어버리면 그 여행에 지쳐 내 삶과 숨을 쉴 공간이 없어지는 듯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결국 자신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이 기본적으로 있으면서 한 번씩 그 뿌리를 리프레시시키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는 게 맞는 듯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난 일상으로 잘 돌아오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여행을 가는 것, 완전히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사실 또 그렇게 낯선 곳에 가면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해서 더 피곤해질 때도 있다. 뭔가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낯선 곳에 가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난 또다시 제주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제주를 찾을 때까지 내 일상을 열심히 살아낼 것이다. 올해는 특히 내게 새로운 시작이 되는 한 해이니까.

기념품은 잘 안 사는데, 이번 여행은 기억하고 싶어서 이 가게에서 컵 하나를 사 왔다.

지금 그 컵으로 커피를 마시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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