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성경을 몇독 한적 있다. 대~충 눈으로 훑으면서. 선물을 받고 싶어서 페이지를 넘기고 칸에 마킹을 하고 읽었다고 했었다. QT모임을 한 적은 있었지만, 그건 새벽나라라는 QT잡지를 갖고 한 것이었다.
그 이후로도 매년 1월엔 성경을 들었고, 대부분 1월 중에 포기했지만 꾸준히 읽은 경우에도 말씀이 머리에 그렇게 남지는 않았다. 그냥 숙제처럼 그날, 그날 읽고 기도하고 일상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조금 다르게 읽었다. 교회에서 주는 통독표를 따라가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묵상하는 내용을 블로그에 글로 정리해서 남겼다. 그렇게 하다보면 더 꼼꼼하게 봐야할 수밖에 없더라.
올해는 작년과 같은 표에 맞춰서 읽으면서 동시에 맥체인표에 따라 읽는 것도 병행하려 한다. 자발적인게 아니라, 올해부터 우리교회 성경읽기표에 두 가지 일정이 병기되어 나오더라;;;;;;
올해 말씀을 읽으면서, 성경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것임을 세삼 깨닫고 있다.
이 부분은 사실, 내가 변시 준비를 지겹게 해서 확실히 아는 부분인데,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시험 전범위를 3-4번 정도 공부하고 시험장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장 이상적으로는 4회독 정도 하는 것을 목표로. 마지막 회독은 시험보기 전날 그 과목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쭉 공부할 수 있게.
사람 뇌가 참 신기한게, 같은 범위도 처음에는 전체를 보는데 1달이 걸리던 것도 다시 보면 그 기간이 계속 단축되게 된다. 이는 반복해서 보는 과정에서 머리에 색인되는 정보들이 있어서 더 빨리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 과목의 전체적인 틀이 머리에 그려지게 된다.
성경을 읽어야 하는 것도 그와 같은 맥락 같다. 성경을 한번 전체를 읽고, 그 다음에는 조금 더 빨리, 많이 읽게 되면 성경 안에서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보였던 부분들이 조금씩, 조금씩 하나의 흐름과 맥락으로 이해되고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그림이, 맥락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예전에 물음표였던 것들,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들이 조금씩, 조금씩 들어온다. 고시 준비할 때 초반에는 일단 이해되지 않는 것은 표시를 해놓고 다음에 볼 때 다시 보듯이, 성경도 몇 번 읽는다고 해서 그게 다 이해되거나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다만, 전에 읽었을 때보다 더 선명하게 보이고 들어오지 않았던 부분들이 들어올 뿐이다. 그 공백은, 회독수가 늘어날수록 작아질 것이다.
결국 내가 읽어야 한다. 설교나 잡지에 있는 토막은 큰 그림 없는 조각만 보여주는 것과 같다. 우리가 아파트 안에 살 때는 집안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산정상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큰 그림이 보이듯, 말씀은 전체적으로 다 읽어야, 조금 더 넓고 큰 하나님의 그림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물론, 읽을수록 얼마나 갈 길이 먼지만 더 깨닫고, 과거에 난 이보다 더 무지했다면 어떤 상태였는지를 깨닫게 되며, 그로 인해 민망해 진다. 말씀을 진짜 읽는 사람이라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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