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본업으로 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 다른 학문에 속하는 신학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다단하다. 이는 신학은 엄연히 말해서 신앙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교회에서는 신학의 내용을 어설프게 현실에 끌어오면서 신앙에 접목시키고, 그로 인해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복음주의, 자유주의 등에 대한 논의, 신학적으로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정말로 필요하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난 아니라고 하겠다.
사회에 접점을 갖고 있는 학문들이 사실 그렇다. 뿌리까지 뽑고 들어가서 근본에서, 기초에서부터 현실의 문제의 적용까지 나오는 과정을 자신의 주관으로,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 학문이기 때문에 모든 학문은 주관성을 가질 수밖에 없고 믿음은 배제하고 이성과 합리성, 논리만 건조하게 남겨놓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뼈만 있는게 아니라 살도 붙어야 하고, 때론 상처도 입어야 하기 때문에 학문이 갖는 '효용성'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고 소화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신학에서도 마찬가지다. 신학적인 논의는 사실 성경의 기본적인 내용과 원리를 어느 정도 숙지하고, 그걸 바탕에 깔고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서 이뤄진다. 아니, 최소한 그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신학적인 내용은 구약과 신약의 내용과 구속사에 대한 이해는 기본적으로 하는 상태에서, 성경이 왜 기독교의 경전으로 선택되었고 그 내용은 어떤 맥락에서 왜 쓰여졌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전제하고 접해야 한다.
목회를 하시는 삼촌이 내가 주석서를 추천해 달라고 했을 때 해석을 하는 주석서는 위험하고 혼란스러울 수 있게 배경주석을 갖고 성경을 읽으라고 하셨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배경을 아는 것은 성경의 내용과 맥락을 더 잘 이해하게 해주지만 해석을 하는 주석서는 개인의 주관이 반영된 것이니까.
그런데 일반인이, 체계적으로 신학이나 성경공부를 하지 않은 평신도가 성경을 내용은 물론이고 자신의 현실과 경험을 그 내용과 맞춰가며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지]에 대한 고민을 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그럴 에너지도 갖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평신도들은 일단 성경을 읽는 것이 전제되고, 성경을 중심으로 자신의 신앙을 쌓은 후에, 하나님이 성경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왜 하셨는지를 머리와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한 후, 그게 된다는 전제하에 신학적인 논의를 접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교회에서는 성경에 대한 강조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적지 않은 목회자들은 성도들이 말씀을 읽도록 양육하기보다 자신의 생각과 주관으로 성경을 짜깁기하고 토막낸다. 그리고 성도들은 이해할 수 없는, 아니 본인은 이해한다고 생각하나 성경에 비춰서 봐야하는데 성경 속의 하나님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한, 신학적인 얘기들을, 그것도 많은 경우에 본인도 완전히 소화하지 못했으면서 아는 척하면서 강요하고 그것이 정답이라고 주입하려 한다.
개인적으로 지금 우리 교회 목사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재철 목사님 설교는 사실 조금 졸리게 느껴짐에도 가끔 설교를 찾아 듣는 이유는, 그 분들은 철저히 성경 말씀에 기반해서 그 안에서 하나님 얘기를 하시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교회 목사님의 경우 대놓고 나도 믿지 말고, 누구도 믿지 말고 성경만 읽고 하나님만, 예수님만 믿으라고 하신다. 그게, [신앙]의 영역에서 핵심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법학에서는, 법률체계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 있지 않으면 판결도, 논문도 온전히 이해될 수가 없다. 법학을 공부하지 않으신 분들이 분노하게 되시는 판결들에 대해서 법을 공부한 사람들은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저런 판결도 가능하고, 그게 이상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응하기도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신학에서 법학의 법률체계와 같은 위치에 있는 것은 성경 말씀이다. 성경 말씀과 그 말씀이 쓰여진 시대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이해 없이 신학적인 얘기를 듣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하다. 이는 신학이 어설프게 신앙과 결합하면 사이비가 되거나 성경 말씀과 하나님, 예수님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앙은 이성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이기 때문에.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성경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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