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프리랜서의 일상생활

프리랜서 지원금을 신청하며 알게 된 것

작년 초에 아는 형이 프리랜서로 글쓰는 일에 나를 추천해 줬다고 했다. 그 후 코로나가 터졌고, 심지어 그 형도 일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그 일은 없던 일이 되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작년에 내가 얼마나 벌었을까? 모르는 일이다. 본격적으로 프리랜서 탈을 쓰고(?) 나선 건 첫 해였으니까 (2019년에는 근로소득도 있었고, 사실 프로젝트성 일이 훅! 들어왔던 면이 있어서...). 어찌되었든지 간에 이래저래 해서 10월 정도까지는 잔고가 줄지 않을 정도의 수입은 유지가 되었고, 2차 지원까지는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내가 지원금을 받아야 할 정도로 힘든 것도 아니었고, 나보다 힘든 분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11월부터는 수입이 없진 않았지만 잔고를 깎아먹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신청해야겠다 싶어서 3차는 신청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느낀 바가 많고, 그로 인해 법제도와 복지, 세금에 대한 내 생각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에 대한 생각은 아직까지 정리되지 않아서 밝히긴 그렇지만, 처음으로 내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마음을 작게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사람들이 가난을 증명해야만 하는 아이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그래, 그게 참 심하긴 해' 정도의 생각을 했었는데, 직접 지원금을 신청해보니 이 모멸감, 비참함 같은 느낌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더라. 내가 지원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작년 내 수입과 올해 수입을 다 드러내면서 신청하는 마음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었다.

겨우 프리랜서 지원금을 신청하면서 이랬다면, 진짜 힘든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정말로 급식을 해결할 수 없어서 본인의 경제적 수준이 그러함을 주기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아이들은... 어떤 감정과 마음을 경험하면서 성장하게 될까. 그리고 그게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람은 본인이 경험한 만큼만 세상을 알고 이해한다는 진리를 세삼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함부로 왈가왈부하지 않아야겠다는 다짐도 다시 했다. 그리고 누군가 자신이 경험한 것에 대해 말을 하면, 일단은 그 사람의 말을 신뢰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어떠한 것도 함부로 예단하거나 판단하지 말자. 당신이 경험한 것이 아니라면, 당신은 그 경험을 절대 100% 이해할 수는 없다.

이참. 마음이 몇 일째 복잡다단하다.

'프리랜서의 일상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이 안 써진다  (0) 2020.02.13
슬럼프가 왔다  (0) 2020.02.12
돈이 안되는 일을 하는 이유  (0) 2020.02.10
마지막 연주가 아니길 기도해야지  (0) 2020.02.09
난 글을 그냥 쓰는 줄 알았다.  (0) 2020.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