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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문화

한국교회와 성탄

질문 하나, 예수님은 정말 12월 25일에 태어났을까?

질문 둘, 크리스마스트리와 예수님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우선 첫 번째 질문과 관련해서는, 예수님이 언제 태어나셨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예수님은 12월 25일이 아니라 봄이나 여름에 태어나셨을 것으로 추측하는 학자들도 있다. 사실 초대교회에서는 예수님의 '생일'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부활'에 초점을 맞췄고 그러한 흐름은 4세기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기독교가 형성된 바탕을 생각해 보면 사실 예수님이 언제 태어나셨는지는 그렇게 중요할 이유가 없는 것이 사실인 듯하다. 

그런데 여러 가지 상황들로 인해서 가톨릭 교회는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을 기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게 되었고, 당시 로마 교황은 로마의 귀족들이 숭배하던 태양 신 미트라의 생일인 12월 25일을 예수님이 태어난 날로 공표했다. 이는 당시 이교도였던 로마의 귀족들이 기독교적 신앙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두 번째 질문과 관련해서는 종교개혁에 앞장선 마틴 루터가 처음으로 트리에 촛불 등을 얹어서 시작된 전통이라는 견해가 제시된다. 물론,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런데 상록수를 장식하는 전통은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 악마를 물리치기 위해서 새해에 나무를 장식하는 전통이 이어져 왔고, 그 전통을 교회들이 흡수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전통과 문화가 없다면 마틴 루터가 굳이 무슨 이유로 나무를 장식했겠나? 교회들에서 이러한 문화는 16세기에 생기기 시작했고 19세기가 되어서야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이런 문화에 대해서 '예수님이 아니라 나무인 우상을 섬긴다'는 이유로 기독교계에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두 가지 사실은 사실 나를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괴롭혀 왔다. 12월 25일이 예수님의 생일이 아니라 다른 신의 생일로 기념되고 있었다면 내가 믿는 것은 그 우상인지 예수님인지가 혼란스러웠고, 마찬가지로 우상숭배적인 의미에서 만들어진 크리스마스트리를 교회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들여놓는 것이 맞는 것인지가 혼란스러웠다. 

이에 대한 한국교회들의 입장은 '침묵'이다. 누구도 이 문제를 교회에서 드러내지 않으며,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일부 교회에서는 그러한 질문을 하는 것 자체를 터부시 할 것이다. 매우 보수적인 교회에서는 심지어 '어디 그런 불손한 질문을 하느냐, 그냥 믿어라'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것은, 그것은 객관적인 사실이기 때문이다. 초대교회 사람들은 12월 25일이 뭔지도 모르고 크리스마스 트리는 더더욱 모를 것이다. 아니, 초대교회 사람들 중에는 그런 걸 21세기 교회에서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사실 '성경에서 일부 구절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고 되어 있는데, 우리는 돼지고기를 먹어도 되는가? 왜 돼지고기와 술은 다르게 취급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만큼이나 현재 한국교회들의 모순점을 지적하게 되는 질문이다. 그리고, 한국교회에서는 굳이 이에 대해서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12월 25일을 기념하지도 않아야 하고, 크리스마스트리는 우상숭배이기 때문에 들여서는 안 되는 것일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난 그나마 크리스마스가 있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이 일 년에 최소한 한 번은 예수님께서 인간을 위해 이 땅에 오셨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기에 크리스마스를 기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크리스마스 마저 없다면 한국에서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얼마나 자주, 진지하게 묵상하겠나? 그리고 크리스마스트리도, 그 장식하는 과정과 트리를 보고 예수님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런 면에서 문화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12월 25일로 크리스마스가 지정되고, 크리스마스트리를 기독교 문화로 흡수하는 과정은 기독교가 '율법'에 구속되지 않는 신에 대한 관점을 갖고 있는 종교라는 것을 보여준다. 기독교의 핵심은 '이건 이러해야 한다'는 것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현상적으로 이러할 수도 있고, 저러할 수도 있는데 그것이 어떤 마음과 믿음에서 비롯되었는지가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다. 그런 면에서는 이 땅의 질서로서 12월 25일을 기념하는 문화와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는 전통을 흡수해서 그 날과 문화를 사람들이 예수님을 알아가는 '도구'로 활용한 것은 어쩌면 기독교의 문화와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독교는 이렇듯 '포용의 종교'다. 그 시작부터 그렇지 않나? 예수님이 '인간이 되어서' 이 땅에 오신 것이 기독교라는 종교의 시작점이 아닌가? 그렇다면 예수님의 제자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들을 적대시하고, 그들을 판단하고 정죄하며 구원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저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어서 그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게 예수님의 사랑이고, 그의 방법이었으니까. 

난 크리스마스가, 성탄이 기독교인들에게 그런 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예수님을 알게 되어 진리를 깨달아 자유로워지고 구원받을 수 있도록 그들의 문화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것의 가장 강력한 예가 12월 25일과 크리스마스트리가 아닐까? 그렇다면 성탄절은 기독교인들이 그러한 기독교 정신과 예수님의 사랑을 묵상하고 그렇게 살기를 다짐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이 땅의 한국교회들은 과연 그러한가? 한국교회들은 그러한 예수님의 방법과 사랑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나? 올해가 가기 전에 한 번만이라도 그에 대해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일 년에 최소한 하루 만이라도. 

한국교회들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이는 지금의 한국교회들 중 상당수는 율법주의에 빠져있고, 종교개혁 당시에 많은 신앙의 선배들이 벗어나고자 했던 당시 가톨릭 교회들의 문화를 그대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12월 25일과 크리스마스 트리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은 '배교행위'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그건 한국교회들이 얼마나 기독교적 가치와 방법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 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