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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한국에서 남자로 사는 것에 대하여

남자들의 배우자 선택

남자들이 결혼을 결심하게 되는 계기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오해가 있다. 남자들은 외모를 많이 보고, 어린 여자를 좋아한다는 속설. 그 자체를 부인하려는 것이 아니다. 몇 가지를 전제하면 그 두 가지 속설은 오히려 진실에 가깝다.

그런데 그 전제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물어봐야 하는 질문이 있다. 여자들은 다른가? 내 지인들과 대화에 의하면 그렇지 않다. 여자들도 20대에는 연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30대 중반에 들어서면 여자들도 가능하면 연하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연하는 절대로 만나지 않겠다던 사람들도 연하를 만나는 것에 긍정적으로 바뀐다. 그리고 여자들 또한 본인의 기준에서 외모적으로 매력이 전혀, 전혀 없는 사람을 만나기는 힘들어한다. 물론, 남자들의 경우 외모적으로 이성적인 매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성과는 절대로 연인관계가 될 수 없는 반면, 여자들의 경우 자연스럽게 알아가면서 상대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되면 외모와 무관하게 상대와 연인관계가 될 수 있다는 차이는 있다. 하지만 남녀 모두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점에서는 모두 같은 듯하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첫 번째 전제는 '어렸을 때'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남자들 중 상당수는 혈기왕성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20대까지 '주로' 상대의 외모에 매력을 느끼고 호감을 갖는다. 물론, 이성의 외모는 나이가 들어서도 남자들에게 중요하지만 남자들도 나이가 들수록 외모'만'으로 상대와 사귀거나 결혼까지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내 경험에 의하면 여성의 외모를 보는 남자들의 기준은 나이가 들면서 계속 바뀌어서 20대에 호감을 느꼈던 외모와 30대 초반, 중반, 후반에 매력을 느끼는 이성의 외모는 달라진다.

그리고 이때도 조건이 앞에 붙어야 하는데 그건 '본인 눈에 예뻐야 한다'는 것이고, 남자들의 외모에 대한 여자들의 기준과 평가가 다 다른 것처럼 남자들의 '예쁘다'는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다. 물론, 여자들 중 대부분이 잘생기고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남자 연예인들이 있는 것처럼 남자들 역시 보편적으로 예쁘다고 느끼는 외모가 있지만, 그런 외모를 가진 사람은 많지 않고, 대부분 남자들은 자신의 눈에 예쁜 사람에게 끌린다. 나도 내가 만났던 사람에 대해 '안 예쁜데?'란 얘기를 들은 적도 있고, 나 역시 본인의 여자 친구가 얼마나 예쁜지에 대해 친구가 자랑을 할 때 공감하지 못했던 적도 있다. 

두 번째 전제는 개인의 영역을 존중해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단 것이다. 남자들이, 특히 나이가 들수록 나이 차이가 나는 이성에 대한 매력을 더 많이, 강하게 느끼는 건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하지만 '나이만 어리면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은 많지 않다. 물론, 연애를 할 때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그리고 그에 대한 여성들의 비판적인 시선에는 나 또한 동의하고 공감한다. 하지만 나이 차이가 나는 이성과 어느 정도 이상 기간을 만나본 사람들 중에는 그 후에 자신의 또래와 만나는 남자도 적지 않다. 실제로 내 지인 중에는 10살 전후로 나이 차이가 나는 분과 연애를 하다 헤어진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오래 알아왔던 2-3살 차이 나는 지인과 결혼을 한 사람이 2-3명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자분들이 나보다 더 잘 알겠지만 사실 여자분들 중에는 반드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 분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 여자분들은 4살 이상 나이 차이 나는 사람과 만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긴다. 그런데 나이 차이 나는 남자를 만나고 싶어 하는 여자분들은 어떤 면으로든 남자한테 의지하고 싶은 심리가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런 경우 남자들은 자신이 원하거나 필요한 만큼 개인의 영역이 확보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데 남자는 어떤 경우에도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존재다. 그렇다 보니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을 만나보고, 그런 경험을 한 후 정말로 결혼할 상대를 찾을 때는 비슷한 연령대의 이성을 찾는 남자들도 적지 않다. 그리고 '공감'을 중요시하는 사람의 경우 나이 차이가 너무 나면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험을 하면서 나이 차이가 너무나는 사람과의 만남을 피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나이 차이 나는 외모가 매력적인 이성'만'을 찾는 남자들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또 반대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외모가 매력적인 이성을 찾는 남자와 만나는 분들 중에는 '나이가 많고 경제적으로 안정되어서 본인에게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남성'만을 찾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사람들끼리 연애를 한다면, 누가 더 비판받아야 할 사람일까? 두 사람이 모두 그런 조건을 우선순위에서 위에 놓고 만나겠다고 하는데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그렇게 나이 차이가 나는데 말이 통해?'라고 물어보는 분들도 있으신데, 개인적으로는 나이 차이가 많고 적음은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진 않다. 물론, 나이가 비슷하면 비슷한 사회적 분위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영역이 많지만, 또 같은 시기에 같은 비슷한 상황에 있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공유하고 모든 것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더라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게 많을 수 있고, 공감하는 영역이 비슷할 수 있다. 그 영역이 두 사람이 거쳐온 사회적 분위기의 다름보다 더 크다면 두 사람이 만나고, 함께 가정을 꾸릴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이는 연상연하 커플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세 번째로, [연애]에 대해서만 말을 한다면 두 가지 요건이 모두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남자들은 그걸 어떻게든 정당화시키려 노력하는데 개인적으로 그건 변명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것은 그냥 그런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들이 있고, 남자들이 이성에 대한 외모와 나이를 의식하는 것도 그런 것 중에 하나다.

내 경우를 대입해서 설명하자면, 난 연상과 연애를 해본 적은 없지만 33-34살까지는 항상 1-2살 연상은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사진을 놓고 보면 외모적 공통점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외모가 달랐다. 그런데 30대 중반을 기점으로 연상을 만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더라. 그렇게 변해가는 내 마음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았다. 여자들의 나이와 외모를 따지고 품평회 하듯이 말하는 지인들을 천박하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보니, 그런 짓까지 하지는 않더라도 누군가 나에게 사람을 소개해줄 때 상대의 나이와 외모가 점점 의식되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난 이것밖에 안 되는 인간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나 자신을 싫어했던 적도 있었다. 

나는 왜 그렇게 변했을까? 그건 상대에 대한 것도 있지만, 내 나이가 그 원인을 제공하는 측면이 더 큰 듯하다. 30대 중반을 넘어서 후반에 들어서다 보니 언젠가부터는 누군가 내 나이를 상기시켜주면 그것 자체가 짜증이 나고 싫어지더라. 내 나이가 너무 많은 듯한 느낌이어서. 그런데 내 나이에 대해 그런 느낌이 들다 보니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은 분의 나이를 들으면 그 나이가 엄청나게 많게 느껴져서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벽이 생기는 듯하다. 

하지만 [연애]가 아니라 [결혼]에 대한 생각을 어느 정도 하면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면 얘기가 조금 달라지게 된다. 누군가와 함께 가정을 꾸린다는 상상을 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남자들도 상대의 외모와 나이가 아니라 다른 부분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외모와 나이는 덜 의식하게 된다. 나 같은 경우, 일로 인해 만난 나보다 12살이 많으신 분의 생각과 가치관들을 사적인 모임에서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의 생각과 마음이 이성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 그분의 생각과 마음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나와 나이 차이가 이렇게 나는 분과 연애나 결혼이 가능할까?'라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는데, 대화 초반에는 그게 불가능하게 느껴지다가 대화가 깊어질수록 가능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분과 관계를 진행시키겠단 건 아니다. 그러기엔 그 분과 내 사회적 지위가 너무 크게 차이가 났고, 또 일로 만난 관계이기 때문에 그럴 일 자체가 발생할 수 없었으니까.

다만,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만날 기회는 모두에게 줄어들게 되어 있고, 상대를 소개받을 때는 눈에 보이는 것부터 따지게 되어있다 보니 소개를 받을 때 남자들이 나이와 외모를 먼저, 많이 확인하는 것은 사실이고, 그렇다 보니 그런 면이 더 부각되는 측면이 있는 듯하다. 소개팅이 아닌 자연스러운 만남이 이뤄지는 커플의 경우, 남자들도 상대의 나이와 외모를 훨씬 덜 의식하게 되고 상대와 만나는 이유에는 다른 요소들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사실 배우자를 선택함에 있어서 남자들이 여자의 외모와 나이보다 더 의식하는 것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게 잘 이해되지 않는데, 대부분 남자들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면에서 상대보다 열위에 있다고 여기는 경우 결혼은커녕 연애도 쉽게 하지 못한다. 그런 요소에는 학력이나 연봉, 사회적 지위가 들어갈 수 있다.

난 개인적으로 한국 남자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갖고 있는 이런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그런 생각은 무의식 중에 '남자는 가장이고, 남자는 한 가정을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대의 학력이나 연봉이 높으면 본인이 가장의 역할을 못하게 되기 때문에 그런 이성은 자신도 모르게 기피하게 되는 듯한데, 그런 생각을 전제로 상대와 결혼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은 상대를 자신보다 열등한 존재로 여기거나 본인이 대접받기를 원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가정 폭력은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 때 상대를 무시하거나 상대에게 열등감이 생겨서 일어난다. 남녀가 평등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한 노력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가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지만 선입견을 배제하고 한 걸음 물러나서 여러 사람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사실 배우자에 대한 남녀의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남자들이 외모와 연령을 여자들보다 더 많이 의식하는 건 사실이지만 여자들도 그런 면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여자분들은 남자들의 경제력을 더 따지는 것을 생각하면 결국 남자와 여자는 비슷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