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ssay /한국에서 남자로 사는 것에 대하여

EPILOGUE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면이 있다.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는 이 세상에 어차피 공존해야 한다. 그리고 사실 남자의 여자의 다름은 우리가 잘만 보완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점들이 굉장히 많다. 예를 들면 남자들은 보통 더 단순하고, 경쟁적이다 보니 뭔가에 꽂히다 보면 추진력이 강한 편인 반면 너무 단순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한 리스크를 잘 보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는데, 여자들은 보통 훨씬 섬세하고, 한 번에 여러 가지 변수들을 생각할 줄 알고 예민한 반면 때로는 그중에 어떤 결정을 해서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모를 때가 있다. 이 두 가지는 사실 상호보완적이고, 어느 경향성이 더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시리즈에서도 이미 수차례 밝혔지만, 난 그래서 진정한 의미의 남녀평등을 바란다. 그리고 성별을 원인으로 이뤄지는 폭력은 그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강하게 처벌해서 그런 욕구와 욕망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도 그렇게 처벌받는 것이 두려워서라도 폭력을 휘두르지 않을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난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난 나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부르지 않는다. 이는 우리 사회에 진정한 페미니스트들도 있지만,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부르면서 실질적으로는 여성 우위의 사회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반대편에 서서 여성들이 당하고 있는 차별, 피해, 폭력을 무시하고 남성 우월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 같지 않은 존재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두 집단은 어느 집단이 더 옳거나 틀리다고 할 수 없다. 그 두 집단은 모두 잘못된 비상식적인 집단이다. 내가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부르지 않는 것은 그 표현이 나를 그런 집단에 소속되어 있는 것으로 오해받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평등'이 같은 것은 같고, 다른 것은 다르게 다뤄야 하는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남녀평등에 대한 논의는 남녀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지, 그것이 가정과 사회, 국가 안에서 어떤 차이를 가져와야 하고 또 어떤 면에서 다르게 취급되어야 하는지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자의 이야기와 남자의 이야기가 모두 동등하게 알려져야 한다. 과거에는 그중에 여자의 목소리와 이야기가 너무 알려진 것이 없었다. 그래서 페미니즘을 통해 '여자'로써의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정에서 남자의 이야기는 알려지지 못했다. 물론, 남자인 사람의 000에 대한 이야기들은 과거부터 넘쳐났지만 그건 엄연히 말하면 그 사람의 '000'에 대한 이야기였지 '남자인 000'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래서 남자 얘기를 하고 싶었다. 혹자는 변명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 땅에서 남자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한국, 남자]라는 책이 나오긴 했지만 그 책은 날 것 그대로, 남자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관점이 강해서 보통의, 일반 사람들이 읽고 이해해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느낌이 있어서 정말 현실적인 한국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읽을지도 모르겠고, 읽는 모든 사람들이 생각에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겠지만 누군가 어디서라도 남자의 얘기를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다. 

그 결정이 쉽진 않았다. 이 시리즈를 기획하고, 이 주제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얼마나 두려웠는지는 이 시리즈의 Prologue의 서두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래도 다행히 큰 논란이나 댓글에서의 다툼 없이 내가 쓰고 있는 시리즈들 중에 가장 위험한 시리즈의 연재를 마쳤다. 뿌듯하다는 느낌보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내 글들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이 시리즈를 한 자라도 읽으신 여자분들은 [집단으로써의 남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조금이라도 완화되고, 남자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되셨으면 좋겠고, 남자들은 반대로 생각하거나 느끼지 못했던 이 사회 여성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고 함부로 판단하고 평가하지 않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단 몇 사람이라도 그럴 수 있다면, 내가 거의 20주에 거쳐서 쓴 이 시리즈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남자와 여자는 공존할 대상이지, 제거할 대상이 아님을 기억하자. 남녀의 공존은 이 세상을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