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기도는 1. 회개부터 하고, 2. 감사한 다음에, 3. 본론을 하는 것이라 배웠다. 뭐... 딱 그렇게 배웠는진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렇게 받아들이고 이해했다. 기도는 하나님께 요구하는 걸 말하기 전에 회개하고 감사부터 해야 하는거라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의 기도에는 3번이 짧아지고 1번이 길어지기 시작했고, 요즘엔 심지어 회개만 하다 기도를 마치는 경우도 있다. 하나님 앞에 서는 순간, 기도하기 위해 눈을 감는 순간 내가 하나님을 찾지 않았던, 나의 욕심과 욕망에 가득 차서 벌벌 떨거나 실수했던 일들부터 떠오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내가 꽤나 괜찮은 애라는 생각에 1번이 힘들었고, 당연히 주어진 것들이고 나보다 많은 걸 가진 애들이 많았기에 2번도 쉽지 않았는데, 이젠 1번을 넘어가기가 힘들다.
누가 만든 공식인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기도에 공식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하나님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 공식을 따라가게 되어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님 앞에 서는 순간 내가 어제 하룻동안, 혹은 마지막으로 기도한 순간부터 그때까지 얼마나 내 마음대로 한 결정들이, 남에게 상처준 일들이 많았는지를 기억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고 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것들이 보일 것이며, 그 후엔 사실... 어지간한 철면피가 아닌 이상 내 요구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정상적인, 제대로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사람이라면 그 순간부터는 내 요구보단 내 주위에 힘든 사람들이 보이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게 된다. 그렇게 1, 2, 3번을 풀로 다하면 20-30분은 그냥 가기 때문에... 마음이 급하거나 회개하다 보면 갑갑해져서 그렇게까지 기도를 하지 못해서... 1번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회개하고 감사만 해도,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진 못하게 된다. 회개를 하는 과정에서 내가 하나님 앞에서 큰 죄인인지를 깨닫게 되고, 내가 받은 것들을 떠올리며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기 때문에. 내가 판단하려 드는 사람과 내가 크게 다를 바 없는 사람이란걸 알게 되기 때문에.
그리고 사람을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이 사랑의 시작이다. 기독교에서 회개와 감사와 사랑은 절대로 빠질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회개하고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절대로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을, 마음을 다한 사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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