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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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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멍하니 앉아있다. 제목을 쓰고 모니터를 보며 한참을 앉아있었다. 남의 일이라고 항상 생각했던 두 글자가 하얀 모니터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것을 보니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이는 사실 비혼이라는 것을 선택하지는 말자는 글을 쓰려고 했는데 두 글자를 보고 있노라니 내 처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하지 못하는 것일까? 비혼을 선언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안'하는 것일까 아니면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못'하는 것일까? 두 글자를 멍하니 보면서 내 통장 잔고를 떠올려보니 나 역시 비혼을 선택해야 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가슴이 시리도록 파고들었다. 그리고 아팠다. 때로는 상황에 떠밀려서, 때로는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찾아 헤매고 헤매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 끝에서 결..
연애에서의 다름과 틀림 나의 다름이 틀림이었을 때 31살 때 일이었다. 당시에 만나던 친구와 만난 지 몇 달이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고, 화이트데이가 코앞이었다. 그 친구는 나보다 한 살이 어렸는데 '이 나이에 무슨 화이트데이 같은걸 챙기냐'면서 대학원 생활도 바쁠 텐데 챙길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 그래도 챙기고 싶긴 한데, 학교 근처에는 마땅히 백화점도 없었고 학교 후문 쪽에 살고 있었을 뿐 아니라 대학원 생활이 너무 팍팍하던 시기여서 어디 멀리 나갈 엄두가 나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근처에서 구할 수 있는 사탕이랑 초콜릿으로 아름아름, 그냥 귀엽게 만들어서 그 친구에게 줄 것을 직접 만들었다. 화이트데이에 큰 의미도 두지 않는 친구니 이 정도면 그냥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 말 없이 데이트를 하면서 '귀여..
사랑은 짐을 나눠지는 것 나의 짐, 상대의 짐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인생의 짐을 지고 산다.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으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인생의 짐'에 대한 것이다. 그 길을 걸으며 등에 느껴지는 가방의 무게에 우리가 걷는 인생길에 우리 등에 얼마나 많은 짐을 지고 가는 지를 절실하게 깨닫는다. 신기한 것은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그 짐의 무게가 덜하게 느껴지고, 그 무게에 내 몸이 적응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 짐을 지고 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조금씩 더 무거운 짐을 질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생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능력에도 순간순간 기복이 있다는 데 있다. 그 짐을 지고 오르막을 걷게 되거나, 걷다가 웅덩이에 빠질 때면 같은 짐도 더 무겁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연애..
연애, 일단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연애를 많이 하는 것이 좋다고 하면, 사람들은 아무나 만나라는 것이냐고 묻는다. 그런 것은 아니다. 연애는 항상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머리와 마음을 다 써서 해야 한다. 때로는 마음이 이성을 마비시킬 때도 있고, 이성이 마음을 누를 때도 있을 테지만, 그러한 과정을 겪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소중한 경험들이다. 그래서 모든 연애는 상대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부터 헤어질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상대에게 맞춰줘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한쪽이 종속된 관계는 건강한 연애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애는 '관계'이기에. 연애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서로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갖고 있..
인연과 운명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회사에 다닐 때 나보다 10살 이상 많은 선배가 해준 말이었다.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는 현실에 존재한다고.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가 없다는 말을 믿고 한 사람을 3년, 또 다른 사람을 2년 이렇게 찍다 보니 어느새 30대 후반이 되었다고. 그런데 지금 같이 사는 아내와는 소개를 받고 그냥 흘러, 흘러가다 보니 어느새 식장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되어있더라고. 그렇다. 열 번 찍어서 넘어가지 않는 나무도 있다. 물론 열 번 찍어서 넘어가는 나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그리고 서로 연락을 할 수단이 발달되어 있지 않은 시대에는 열 번 찍을 때까지 새롭게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았겠지만 사실 이제는 SNS나 카톡 등을 통해서 서로를 알기가 ..
결혼, 꼭 해야 하나? 결혼의 문제 결혼이 선택이라는 얘기가 처음에는 굉장히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보수적인 부모님을 뒀고, 30에는 당연히 결혼을 하는 줄 알았고 그때 결혼을 하고 싶었기에. 이미 많이 늦어졌지만... 하지만 그런 생각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의 부수적인 효과(?)에 대해 무지한 시절의 이야기다. 30이 넘어가고, 주위에서 대부분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졌으며, 이제는 슬슬 돌아오는 이들이 있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언니 같은 오빠 캐릭터 덕에 남자 사람과 여자 사람의 세계를 직간접적으로 들여다보며 내린 결론은 여자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지만, 남자는 하는 게 본인을 위해서 낫다는 것이다. 여자의 결혼 단순히 여자는 결혼하면 손해 보는 게 많고, 일하는데 제약을 받..
연인이 내게 아깝다는 말 연애와 남녀의 우위 누군가의 연애 소식이 들려올 때 정말로 내 일처럼 기쁠 때가 있다. 예전부터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이들이 사귄다고 하거나,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듣자마자 둘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단 생각이 들 때 마치 내가 연애를 시작하기라도 한 것처럼 기쁘다. 특히 두 사람이 내가 정말로 좋아하고 아끼던 사람이라면. 그런 경우에는 누가 아깝다는 말을 하는 게 참 어렵지만 모든 연인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누가 누구를 만난다고 하면 나도 모르게 무의식 중에 두 사람이 어떤 지를 떠올리게 되는데 때로는 남자가, 때로는 여자가 아까울 때가 있다. 물론 이에 대해서 어지간해서는 입 밖에 내지 않지만, 당사자가 본인이 아깝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동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직언을 하고는 ..
밀당은 항상 나쁜 것인가? 밀당: 남녀관의 관계에서 미묘한 심리 싸움을 의미한다. 줄다리기하는 것을 비유하는 것으로,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하다가도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네이버 어학사전) 밀당, 반드시 필요한가? 실제 연애에서 밀당을 하는 사람들도 그걸 공개적으로 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는 '밀당'이란 표현 자체가 굉장히 부정적인 뉘앙스로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감정에 솔직하고, 털털하고, 쿨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을 때 '저는 밀당 같은 거 하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한 사람들 간의 대화에서는 밀당을 해야 한다며, 그래야 상대가 넘어온다고 조언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과연 밀당은 그렇게 나쁘기만 한 것일까? 정말 밀당을 해야만 연인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