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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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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유랑기_휴식 까미노=하이킹? 많은 사람들, 아니 대부분 사람들은 '까미노'라는 단어에 '하이킹'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건 프랑스길의 경우 800km에 이르는 거리를 걷는 고난의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얼마 전에 내 노트북 배경화면을 보고 같이 일하는 감독님께서는 '도대체 그런 짓을 왜 했냐?'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사실 다른 하이킹 코스와 까미노가 갖는 가장 큰 차별점이 있다면, 난 그건 코스 자체보다는 휴식하는 시간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하이킹 코스들은 하이킹을 하는 그 과정 자체가 목적이 아닌가? 그런데 까미노를 걷고 온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까미노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걸으면서 한 생각들이 갖는 의미를, 경치 좋은 곳에서 하이킹하면서 받는 느낌의 수준을 넘어선다. 그건 까미노를 걷는 과정에서 취하..
순례자 유랑기_동행 혼자 걷다 앞의 글에서 설명했듯이 까미노를 혼자 걷는 것은 혼자 생각을 할 시간도 많아지고, 본인의 페이스대로 걸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때때로 외로워진다는 단점도 있다. 그나마 그날 묵는 알베르게가 적당한 규모라서 같이 뭔가를 해 먹는 분위기이거나, 이전에 길 위 또는 직전 알베르기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있으면 대화하거나 같이 밥을 해 먹을 사람도 있기 때문에 그 외로움은 확실히 덜하다. 하지만 거대한 알베르게에 묵게 되어서 서로 인사를 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있게 되면 그 날은 정말 말 한마디 할 일이 없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 때문일까? 까미노를 혼자 걸은 순례자들은 길 위에서 얼굴을 본 사람들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워한다. 그리고 산티아고에서 그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나도 모르게 그 사람들과..
순례자 유랑기_체력 어떻게 완주한 걸까? 지금도 내가 잘 이해되지 않는 게 한 가지 있다. 그건 체력적으로 준비되지도 않고, 까미노 위에서 엄청나게 잘 먹지도 않았던 내가 어떻게 까미노를 완주했는지에 대한 것이다. 2013년 3월에 내가 파리행 비행기를 타고, 고속열차에 올라 타 생장에 도착할 때 내 상태를 지금 돌아보면 난 절대로 까미노를 완주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이는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난 까미노 위에서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첫날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 포기하고 싶었다는 사람들을 꽤 많이 봤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는 '컨디션'적인 차원에서 까미노에서의 식사, 숙소 등의 여건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이전 글에서 설명했듯이 매일 잠자리가 바뀌고, 먹는 것도 일부로 기력을 보충해주는 ..
순례자 유랑기_식사 까미노와 다이어트 박사들을 채용하는 기관은 많지 않고 내 전공이 특이하다 보니 곧바로 취업이 되지는 않을 터라 '이번에 졸업할 수 있게 되면 까미노나 다시 갔다 올까?'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을 했을 때 난 어머니께서 '재정신이니?'라고 반응하실 줄 알았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어머니는 '그럴래?'라고 하셨다. 이유는 간단하고 명확했다. 내가 까미노를 걷고 와서 살이 많이 빠져왔기 때문이었다. 사실 스트레스를 극단적으로는 잘 받지 않는 편이고, 일정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다 보니 살이 잘 붙는 편이다. 거기다 공부하는 게 업이고, 그 전에도 홍보실에서 항상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보니 마음먹고 식단을 조절하지 않으면 난 항상 살집이 있는 편이었다. 운동이야 꾸준히, ..
순례자 유랑기_숙소 잠자리가 매일 바뀌는 경험 사람들이 까미노를 생장에서부터 산티아고까지 걷는데 평균적으로 30일이 조금 넘게 걸린다. 그래서 산티아고 가이드북도 그 정도 일정에 맞춰서 구간을 나눈다. 하지만 하루에 걸어야 할 양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파리 인, 파리 아웃으로 유럽에 30일간 체류하는 표를 사다 보니 본의 아니게 길 위에서 25일밖에 보낼 수 없었고, 그에 따라 일부 구간을 건너뛸 수밖에 없었는데 나와 같이 걷기 시작한 독일 아저씨 Stefan은 23일 만에 그 거리를 다 걸었다. 나 역시 생각보다 빨리 걸어서 산티아고에서 3일을 머무르면서 까미노에서의 시간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평균적으로 30일 정도 걸리는 길 위에서 사람들은 매일 잠자리가 바뀌어야만 하는 경험을 한다. 까미노 ..
순례자 유랑기_사람 대화를 나누다 사실 워낙 준비를 하지 않고 비행기를 탔기 때문에 까미노에서 어떤 것을 예상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지금 돌이켜보면 어쩌면 그렇게 용감할 수 있었을 정도로. 사실 비행기를 타고 상하이에 도착해서 파리행 비행기를 기다릴 때야 비로소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싶은 생각이 들더라. 뭔가에 홀린 듯이, 그렇게 혼자 길을 떠난 것이 잘한 결정이었는지가 그때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더라. 그 흔들림은 파리에 도착하고 후회로 바뀌었다. 처음 도착하는 파리. 까미노를 다 걷고 나서 5일을 머무르면서 파리에 사는 친구 부부에게 설명을 들은 후에는 파리의 매력을 온몸으로 느꼈지만 사실 내게 파리의 첫 이미지는 어두움과 지저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난 빨리 생장으로 가는 기차표를 사서 남쪽으..
순례자 유랑기_가방 가방을 들지 않고 걷는 사람들 어떤 이들은 '가방'이란 제목을 보고 아무리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은 얘기를 한다고 해도 굳이 가방에 대한 얘기를 한 꼭지로 뽑을 필요까지 있을까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은 다르다. 까미노를 걷는 것의 핵심은 가방에 있다. 그래서 사실 난 '같이 걸을까'를 재미있게 보고는 있지만, 그들이 다른 캐리어를 제작진에게 맡기고 걷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실망감 아닌 실망감을 느꼈다. 물론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들은 다큐가 아니라 예능을 찍고 있고, 그들이 화면에 노출되는 동안에는 아마 그들이 광고하는 특정 브랜드가 노출되어야 할 것이며, 그들은 GOD이기 때문에 너무 꼬질꼬질하게 화면에 나오면 안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가방을 구성하고 까미노를 걷게 되..
순례자 유랑기_순례자 800km를 걸을 준비? 5년 전에 내가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으러 갈 때도 800km를 다 걸을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서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꾸준히 등산 및 하이킹을 해서 완벽한 몸을 만들어서 말이다. 그뿐인가? 나는 길 위에서 배낭, 신발, 옷 등을 철저하게 준비해서 한 달 정도를 걸을 준비를 완벽한 사람들을 만났다.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물품들까지 차곡차곡 쌓여있는 가방을 보면서야 비로소 난 내가 얼마나 충동적으로 그 길을 떠났는 지를 깨달았다. 마땅히 할 게 없는 상황에서, 사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변호사시험에 떨어질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합격률이 높으니까 혹시 몰라...'라는 마음으로 수습 변호사 모집공고만을 반복해서 보고 있는 내게 '까미노나 갔다 와'라고 그 친구가 말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