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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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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유랑기_길 가방도 중요하지만... 앞의 글에서 까미노에서 가방의 의미에 대해서 엄청나게 강조를 했지만, 사실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는 과정에서 가방보다 조금 더 의미 있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딱 한 가지. 그건 '까미노' 말 그대로 길 그 자체다. 까미노는 스페인어로 길 또는 거리를 의미하는 단어로, 사실 '까미노'라고만 하면 그 단어를 처음 들은 사람들은 그 의미를 모를까 봐 글에서 '산티아고 가는 길'이라는 설명을 굳이 하고 있지만 그 길을 걸은 사람들에게는 '까미노'라는 표현이 훨씬 익숙하다.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고 온 사람들이 '까미노'라고 하는 것은 그 길 자체를 의미하고, 사람들이 이 길을 부를 때 '까미노'라고 부르는 것은 이 길에서 길 그 자체가 갖는 의미가 얼마나 큰 지를 보여준다. 사실 어느 ..
순례자 유랑기_개요 사람이 800km를 걷는다고? 내 주위에는 산티아고 가는 길, 또는 까미노 데 산티아고를 걸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많았다. 사실 난 그게 무슨 길인지도 몰랐고, 관심도 없었다. 회계사를 그만두고 3-4개월 정도 배낭여행을 떠난 친구가 까미노에 대한 얘기를 했을 때도 내 반응은 '미친놈'이었다. 왜 사서 그 고생을 한단 말인가? 자동차도, 자전거도 있는데 왜 굳이 800km를 걸어서 걷는단 말인가? 그 길이 무슨 의미가 있겠다고... 사실 그 길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접하고 나서 그 길에 대한 내 거부감은 더 커졌다. 천주교 신자들이 걸어온 순례의 길.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의 시신이 묻혀 있는 곳에서 빛이 나서 그 위에 성당을 지었다는 전설을 갖고 있는 산티아고의 성당. 그리고 ..
순례자 유랑기_인트로 브런치를 시작하면서부터 순례자 유랑기라는 이름으로 매거진을 만들고,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이미 까미노를 걷고 오신 분들이 많은 상황에서 과연 그 글들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더군요. 이리저리 둘러봐도, 제 글은 오히려 까미노를 걷고 오신 다른 분들의 글보다 낫기는 커녕 존재의 이유가 더 작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까미노를 걸은게 무려 5년 전이다보니 그때 길에서 일어난 일들과 만난 사람들이 생각이 나더라도, 그 기억이 글로 표현해 낼만큼 생생하지는 못하다는 한계가 있는게 너무 분명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글을 중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너무나 많은 영향을 준 까미노를 어떤 방식으로 다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꽤나 오랜 시간동안 했습니다. 그러..
다음 제주여행을 위하여 사실 일 년에 한 번씩은 가는 제주여행에 대한 글을 브런치 쓰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서울]을 주제로 유튜브를 하면서, 그 과정에서 공부하고 정리한 내용을 쓰기 위해 만든 매거진에 제주 얘기를 하는 것이 맞을까? 늘 그렇듯이, 내 브런치를 구독해 주시는 분들은 보통 특정 주제에 관심이 있어서 구독해 주시는 건데 내가 또 한 번 그 트랙에서 벗어나는 글을 쓰는 게 어쩌면 예의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되더라.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하지 않기엔 이번 여행이 내게 선물해 준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 그 기록을 남기고 싶더라. 여행을 다니며 인스타에 사진을 올리면서 지인들을 괴롭히긴 했지만 그렇게 기록을 남기는 것과 ..
제주의 책방들 제주에서 몇 년 전부터 생겨난 트렌드라면 트렌드는 아마도 '책방'일 것이다. 내 지인 중 한 명은 4박 5일 동안 버스를 타고 제주에 있는 작은 책방들을 돌면서 다니더라. 그 친구의 인스타를 보면서 처음으로 소위 말하는 '독립서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아주 솔직히는 '도대체 저게 무슨 재미가 있다고 저러고 다닐까?'라는 생각도 조금은 가졌었다. 그래서 지난번에 제주에 갔을 때 마침 시간과 기회가 되어 제주에 있는 '무명 서점'을 방문했는데, 그때서야 그 재미를 알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직접 해보지 않은 것의 재미는 모르는 법. 기본적으로 책은 좋아하고, 읽은 책 보다 사놓은 책이 많은 성향이 많은 편이다 보니 책방 주인이 큐레이션 해 놓은 책들을 보는 건 쏠쏠한 재미가 있더라. 구들 책방에서는 서울..
혼자 또는 함께 제주엔 보통 혼자 여행을 간다. 숨 막혀 죽을 듯할 때 제주를 찾다 보니 아무래도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게 필요해서 보통 혼자 제주를 찾는다. 우연히 같은 시기에 제주에 있는 지인이 있으면 밥 한 끼 정도를 함께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혼자 제주에서 쉬는 게 좋았다. 함께 했기에 묵을 수 있었던 숙소의 풍경 이번 여행은 조금 달랐고, 그래서 특별했다. 이번에도 기본은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지만 1년 넘게 보지 못한 동생들과 연락되어 차를 한잔 했고, 마찬가지로 거의 2년 정도 보지 못한 형 부부와 같은 숙소를 2박 3일 동안 쓰면서 따로, 또 함께 했다. 그 부부와는 제주에서 '놀러' 또는 '쉬러' 다니는 것은 따로 하고 에어비앤비에서 함께 묵으면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는데, 그 또한 그대로 의미가 있..
제주 여행의 방법들 나의 첫 제주 여행은 자전거 일주였다. 학부 1학년 때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하겠다며 아무것도 모르고 동네에서 타던 자전거를 타고 완도까지 가서, 배를 타고 들어가 비바람이 몰아치는 제주에서 자전거만 죽도록 타고 배를 타고 부산으로 나왔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물론, 그게 과연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항상 있다. 어떤 분들은 '제주는 000으로 여행해야지'라고 못을 박아버린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제주로 떠난 이유와 제주에서 누리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따라 여행 방법을 달리하면 되는 것이지 제주여행에 정도는 없다고 생각한다. 렌터카, 공공버스, 도보 등의 방법으로 제주를 여행해 봤지만, 내가 경험한 제주여행은 모두 각각의 매력이 있었다. 렌터카는 즉흥적으로 결정하고 이..
제주와 어울리는 식당 '로컬푸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로컬푸드만 먹는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또 그분들은 '제주도에 가서 무슨 일식, 프랑스 음식 등을 먹냐'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앞의 글에서 썼지만, 나도 제주에 가면 로컬 음식, 진짜 제주의 현지 음식은 무조건 찾는 편이다. 그러나 여행은 여행이고, 현지에 계속 사시는 분들이 먹을 음식만 먹는다면 그게 '떠나온' 사람의 일상에 맞을까? 개인적으로 제주여행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제주에는 '쉼'에 맞는 식당들이 있기 때문이다. 꼭 해산물로 만들지 않고 제주 흑돼지, 당근 등이 들어가지 않아도 쉼을 찾을 수 있기에 찾게 되는 식당들이 있다. 그런 식당들은 기본적으로 식당들만의 메뉴가 한두 가지가 있고, 그렇게 크지 않으면서 편안한 느낌을 준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