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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의 일상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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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이 프리랜서가 되기 힘든 이유 겸업 허용 조건으로 회사에 들어온 지 3주 차. 이번 주 초에 스스로 경각심을 갖게 하는 상태가 되었다. 글이 안 써지더라. 내가 월요일에 글을 4개나 써서 올린 것은 글 쓰는 감을 찾기 위함이었다. 끊겠다고 했던 연애에 대한 글까지 쓴 것 역시 마찬가지. 회사라는 시스템에서 중간관리자로 복귀한 지 겨우 2주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내 안에 있던 프리랜서로서 사는 패턴은 이미 희석되고 있었다. 이런 경험을 처음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첫 직장을 최대한 빨리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던 계기 중 한 가지는 어느 순간 내가 회사 일과 무관한 책은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끝내지 못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학부시절에는 어떤 글을 봐도 요지를 추리고 건너뛸 건 건너뛰면서 읽었는데 회사생활을 반년 넘게 하..
프리랜서들이 프로임을 느낄 때 프리랜서는 프로여야 한다. 이는 자신이 하는 일에 어느 정도 이상의 숙련도 또는 전문성이 있어야 한단 것을 의미한다. 생각해 보면 이는 당연한 일이다.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먹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그 돈이 상대의 주머니 혹은 통장에서 내 통장으로 옮겨오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가치'라 함은 그 대가를 지불하는 사람이 본인의 힘으로 하는 것보다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수준의 무엇인가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프리랜서들은 완전히 자리 잡기 전까지 필연적으로 어디에선가 언젠가는 자신이 먹고사는데 필요한 능력 또는 기술을 갈고닦는다. 어떤 이들은 회사에 다니면서, 어떤 이들은 학원에서, 또 다른 이들은 성장과정에서 ..
난 세 가지 명함을 갖고 다닌다 내 지갑, 혹은 지갑 역할을 하는 파우치 안에는 세 가지 명함이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명함을 촬영해서 보관하는 앱이 한 사람당 한 개 이상의 명함을 만들거나 아이디를 여러 개 만들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는 아이디를 여러 개 만들 수 없다 보니 나처럼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일하는 사람은 상대를 어디에서 만났느냐에 따라 저장하기가 애매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마케팅 업무로 만난 사람이 해당 앱에서 내 명함을 등록했다고 알림이 오면, 내 박사 명함이 해당 앱에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그 사람 명함을 연결하기가 애매해지더라. 명함을 세 가지 갖고 다닌다고 하면 누군가는 '대단하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는 내가 명함을 세 가지 갖고 다니는 것은..
프리랜서에게 주말이란? 없다. 프리랜서에게 주말은 없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프리랜서란 자유롭게 쉴 수 있음과 동시에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안에는 주말에도 일을 할 수 있음을 뜻한다. 그래서 사실 프리랜서에겐 '주말'이라는 구분이 따로 없다. 내 지난 주말만 봐도 그렇다. 나는 계약된 연구과제를 하기 위해 연구대상이 되는 분 6분을 인터뷰해야 했고, 함께 작업하고 있는 드라마 작가님께서 리서치를 요청해 오셔서 그와 관련된 리서치를 하고 주위에 전화를 돌렸으며, 프리랜서인 그 작가님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다음 대본을 일요일 저녁에 카톡방에 올리셨다. 내게 다음 대본을 위한 리서치를 부탁하시면서. 프리랜서들끼리 주말에 일하고 주말에 일 시키는 시츄에이숀. 이처럼 프리랜서들끼리 주말에 일을 하면서 일을 ..
회사로 돌아간 프리랜서 회사로 돌아가다 작년에 잠시 다시 회사로 돌아갔었다. 그렇다면 회사원이 된 것이냐면 그건 애매하다. 회사 대표가 내가 프리랜서로 하는 일들은 존중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물론, 무제한적으로 내 마음대로 하겠다고 약속을 한 것은 아니고 일주일에 일정 비율의 시간은 개인 일로 회의, 강의 등을 하기 위해 회사를 비우는 것을 양해해주기로 한 것이다. 이런 건 일종의 '겸업 허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뭔가 프리랜서로서 일의 하나로 회사원이 된 듯한 느낌이지만 단순히 그렇다고 하기엔 또 회사원인 듯한 삶으로 진입했다. 자세한 조건들을 다 나열할 수도, 내가 대표에게 말한 얘기들을 다 설명할 수도 없지만 '세상에 이런 조건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누가 봐도 내게 좋은 항목과 내용이 하나 가득한 전제로 회사..
프리랜서에게 계획이란? 지지난 주말까지 내 연구를 위해서 설문조사를 설계해서 업체에 넘겨야 했다. 크지도 않은 금액의 연구비에서 인건비를 쪼개서 사비로 의뢰한 설문조사다. 그런데 그 설문내용을 지금까지도 업체에 넘기지 못하고 있다. 내 전공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 강사 자리가 지지난 주말에 많이 떠서 지원기간 내에 지원서를 작성하느라 일정이 밀렸고, 그 후에는 갑자기 다른 일과 관련된 회의가 갑자기 연달아 잡혔으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더 급한 일이 밀려서 주말에는 그 작업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처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중간에 급한 번역이 들어와서 긴 호흡으로 가는 일을 미룬 적은 이미 몇 번이나 있었다. 큰 수입을 올리지 않는 프리랜서인 나의 삶이 이렇다면, 더 큰 수입을 올리거나 일이 더 많은 프리랜서들은 ..
회사원 체질은 존재한다. 회사원으로 사는 지인들은 가끔 별생각 없이 '야 나도 회사원 체질이 아닌데, 네가 사는 삶이 부럽다'라고 말한다. 회사원 체질은 과연 없을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회사원 체질은 없다고, 회사생활은 누구나 힘들다고 말한다. 후자는 맞지만 전자는 틀렸다고 나는 생각한다.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하는 경제활동 중에 힘들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 이는 회사원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본인이 힘들다고 해서 그 일을 할 체질이 아닌 것은 아니다. 박태환과 김연아도 훈련을 할 때는, 경기를 할 때는 엄청나게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았을 텐데,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수영과 피겨스케이트에 재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회사생활이 짜증 나고 힘들다고 해서 무조건 회사원 체질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프리랜서의 가족으로 사는 것 '적지 않은 나이에 같은 또래들에 비해 수입이 확연하게 적은 미혼 프리랜서의 가족으로 사는 것'이 이 글의 조금 더 정확한 제목이 아닐까 싶다. 이는 프리랜서라 하더라도 수입이 많거나, 나이가 조금 적은 사람이라면 그 가족이 느끼는 감정은 많이 다를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수입이 많다면 그 가족이 걱정할 이유가 크게 없고, 아직 어리다면 앞으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같은 또래들에 비해 수입이 확연하게 적은 미혼 프리랜서의 가족'은 걱정이 많다. 이는 나이가 적지 않기에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이 불안하고, 일정한 나이 이상이 된 프리랜서는 그 사람과 만날만한 나이의 이성에게 큰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아 물론, 그것 역시 '나이가 많음'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