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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의 일상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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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가 목표라고요?! 자주 접하는 말이다. '나도 프리랜서로 살고 싶다'는 말.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저 사람이 프리랜서의 현실을 알고나 하는 소리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건 연예계 전체에서 한 시기에 각 직역당 많이 잡아야 20명 전후 밖에 안되는 편당 1-2억씩 받는 사람들을 보고 연예인이 되고 싶다는 것과 같은 생각이다. 프리랜서를 하면 뭔가 자유롭고 내 마음대로 하고 시간도 많을 뿐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것이라고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프리랜서의 삶은 절대 그렇지 않다. 프리랜서는 한 영역에서 완전히 자리 잡을 때까지는 페이도, 시간도 상관하지 않고 일단 일을 받아야 한다. 그걸 하는 것이 스펙이 되고, 스펙이 많고 좋아야 내가 그 영역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내가 전문가로 인정받아야만..
프리랜서인 것이 가장 힘든 순간 프리랜서에게 주어지는 자유는 프리랜서를 분명 행복하게 해 준다. 그리고 프리랜서가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조직에 구속되어 있지 않고, 혼자서 일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프리랜서의 '자유'라는 것은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혼자서 모든 일을 해야 하는 프리랜서의 특성이 프리랜서를 때로는 극단적으로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는 혼자 모든 일을 해야 하니까 일을 많이 해야 해서 힘들어'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프리랜서가 혼자 할 수 없는 일은 프리랜서가 아니라 회사로 넘어간다. 그리고 어쨌든 프리랜서로 돈을 벌고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이 일을 독립적으로 수주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된단 것을 의미하기에 일 자체가 프리랜서에게 큰 부담을 준다고 할 수..
프리랜서인 것이 가장 행복한 순간 회사원과 마찬가지로 프리랜서 역시 입금일에 굉장히 행복하다. 특히 뭔가 정신없이 하고 있던 중에 휴대폰 알림에 입금된 사실이 뜨면 들게 되는 안도감과 행복감은 꽤나 크다. 이는 회사원들과 달리 프리랜서는 수입이 보장되어 있지 않고, 큰 기업과 계약한 것이 아니라면 실제로 입금이 될 때까지는 '문제없겠지?'란 물음표가 계속 따라다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행복감이 회사원으로 월급을 받을 때보다 유달리 더 큰 것은 아니다. 그런 행복감은 오히려 잠시 생겼다가 '야... 근데 내 회사 동기들 받는 연봉 생각하면 이 금액이...'라는 생각과 '그런데 이게 언제까지 들어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라는 생각이 교차하면서 꽤나 빨리 사그라든다. 그래서 프리랜서에게 입금이 주는 행복이 엄청나다고 할 수는..
박사라고 부르지 마세요! ‘왠지 박사님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아요.' 내가 기획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한 드라마의 기획 PD님께서 하신 말이다. 법학박사이고, 법적인 부분 때문에 들어와 있으니 왠지 박사라고 불러야 할 듯하다고 말이다. 절대 그러지 마시라고 했다. 내가 그 팀에서 같이 일하는 것은 '박사'가 아니라 법을 공부한 적이 있는 사람으로 참여하고 있고, 내 역할과 계약관계가 '법률자문'도 아니기 때문에. 내가 법학박사가 아니라면 내가 그 팀에 합류하지도 못했겠지만, 내가 박사로 공부한 것을 일하는데 활용하는 것이 아니며, 나의 계약서에 '자문'이 업무로 들어가 있지 않은데 내가 박사 대우를 받고 싶어 한다면 그건 우스운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게 부끄러운 것은 아니다. 난 박사학위를 받기..
3시까지 해줄 수 있을까요? 번역은 내 프리랜서 생활의 주업은 아니다. 그런데 박사학위를 갖고 있고, 해외생활을 오래 했다 보니 가끔씩 번역 일거리가 들어온다. 그것도 내 경력과 배경의 특성상 보통 논문이나 법학, 정책학, 행정문서 관련 변역이 주로 들어오다 보니 단가도 꽤나 괜찮은 편이다. 어떤 이들은 그게 주종이 아니면 그런 일은 하지 않는 게 낫지 않냐고 할지 모르지만,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않은 프리랜서에게 그렇게 일을 골라서 받을 여유 따위는 없다. 이번 일도 아는 동생을 통해 들어온 학위논문 초록 번역 일이었다. 6월 초에 번역을 의뢰하려고 하면서 '금요일에 드릴 테니 주말 중에 부탁드린다'라고 연락이 왔다가, 교수님께서 논문을 다 뒤집으라고 하셔서 맡기지 못하게 되었다고 했던 건이었다. 중간에서 일을 소개해 준 동생은 ..
프리랜서에게도 출근이 필요해 '그냥 집에서 일해도 되는 것 아니야?' 성수에 내가 출근하는, 핫 데스크로 사용하는 공간을 잡았다고 하자 들었던 말이다. 회사원으로만 일해 온 그 친구에게 자세히 얘기해 봤자 잘 이해를 못할 듯해서 특별히 대응을 하지 않고 넘겼다. 사실 당시만 해도 일감이 잡히지 않은 상태였다 보니 별도의 공간을 찾아서 계약하는 것은 내게 꽤나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그 친구가 그렇게 말하는 것이 이해가 되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 공간을 계약하고 사용하기 시작한 건 집에서 일을 하면 내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이 분리가 되지 않아서 쉬어도 그게 쉬는 것 같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난 박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그런 느낌을 이미 경험했었다. 학교 연구실에서 논문을 쓰다가 집에 와서 또 ..
이 이메일을 기다렸어! 자료를 보고 있는데 메일이 하나 왔다. '2019년 6월 인건비 입금(세금 제외).' 얼마 되지도 않는 금액을 굳이 세금까지 제외하고 줘야 하겠냐고 원망하지만, 작년에 낸 세금을 곧 돌려받을 예정이기에 그걸 위안 삼았다. 회사원에게, 월급쟁이에겐 월급날이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라면 프리랜서에겐 역시나 인건비가 입금되었다는 메일이 가장 반갑다. 프리랜서에게 이메일은 보통 일을 받거나, 일에 대한 수정을 요청하는 소식이 전해지는 수단이기에 인건비 입금 이메일은 어쩌면 프리랜서에게 유일하게 반가운 메일일지도 모른다. 사실 프리랜서 업무는 어떻게 계약을 하고 일을 진행하느냐에 따라 입금시기와 방식이 달라지는데,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은 몇 개월 단위로 계약이 이뤄져 있다 보니 입금이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편이다. 하..
조직에 들어가면 지금이 그리워질거야 외대 통번역 대학원을 졸업한 통번역사이면서, 플로리스트일 뿐 아니라 한국 회계사이기도 한 친구가 있다. 사실 [나는 어쩌다 박사가 되었나] 시리즈에서 내 현재를 N 잡러로 분류하고 있지만, N 잡러 가 되려면 이 친구 정도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이 친구가 프리랜서 생활을 한 지는 3년이 조금 더 지난 듯한데, 이 친구는 올해부터 생활이 조금 안정된 듯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둘 다 프리랜서로 살다 보니 공유사무실을 어디로 써야 할지, 의뢰인은 어떤지 등에 대해서 종종 카톡을 하는 편인데 어느 날 대화가 내 진로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졌다. 내가 프리로 일하고는 있지만, 프리로 일하기엔 내가 일해온 행적(?)이 애매한 건 사실이고, 학계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회사, 연구원 등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