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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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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을 맞지 않을 자유 우선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나는 안티 코로나 백신론자는 아니다. 난 예비역-민방위에게 접종을 몰아서 한 얀센을 이미 한참 전에 맞았다. 거의 집에서 일함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날씨가 더워지고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면서는 2주 넘게 걸으러 나가는 것 외에는 오롯이 집콕을 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안전하기 위해 얀센을 맞았다. 기꺼이 맞은 것은 아니다. 사실 조금은 꺼림직한 건 있었다. 왜냐고? 얀센이니까.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얀센을 맞아야 하나 싶어서 꺼림직했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새벽에 시간 맞춰 수강신청하듯이 신청할 때 나는 편안히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다음날 내 SNS피드에는 얀센 예약했단 지인들의 포스팅이 계속 올라왔고, 한참을 고민하던 난 2시반에 유유자적하게 들어가 룰루..
'페미' 논란에 부쳐 이 글은 양국 국가대표 안산 선수에 대해서 숏컷과 SNS내 일부 워딩만을 근거로 '페미', 조금 더 정확히로는 '꼴페미'가 아니냐며 비난한 몰상식한 행각을 보인 사람들에 대한 내용 때문에 쓰는 글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그 이슈 자체에 집중하거나 그에 대한 비판할 생각은 없다. 이는 그런 시선들에 대해 그런 에너지를 쓰는 것은 나의 시간과 노력의 낭비이며, 그럴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여러 올림픽 경기들만 봐도 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 선수들 중 상당수가 운동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숏컷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사실 인스타만 들어가 봐도 안산 선수가 숏컷만 하지 않았고 머리가 길었단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이 트집잡는 표현들이 특정 커뮤니티에서 어떤 논란이 있는지도 난 모르지..
책을 읽지 못하고 있는 이유 책을 읽어야 한단 생각을 몇 달째 강박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손은 책으로 향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향하지 못한다. '내가 책을 읽는 사치를 누릴 때인가'란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지금 내 상황에 책을 읽는 것은 왠지 사치스러운, 여유를 부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겠지만 '책을 정말 미친 듯이 읽고 싶은데' 또 읽으면 안 될 듯해서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지금 내가 책을 읽는 안락한 삶을 살 때인가 싶어서. 읽고 싶은 책을 읽는 행복을 누려도 되는 상황인가 싶어서.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그 시간에 일해야 하는 것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벌려놓은 어떤 일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란 점을 감안하면 지금 나는 책을 ..
건강보험료, 깍지 않고 다 내는 이유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프리랜서다 보니 지역가입자로 건강보험료를 낸다. 솔직히 말해 아깝단 생각이 들 때가 적지 않다. 심지어 올해 11월에 갑자기 뛰어버린 보험료에 화가 나서 전화를 걸어 물어보고 따지기도 했다. 그 시점에 프리랜서들의 건강보험료에 대한 문제가 쟁점화되어 법 정책적인 보완이 필요하단 기사까지 나왔었다. 어느 연세 있으신 작가님께서 따지시고, 국회의원을 만나 그에 대한 대화도 나누셔서. 프리랜서들의 건강보험료 산정방법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프리랜서들의 경우 매달 수입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매달 수입에 따라 보험료를 징수할 수가 없어서 5월에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면 그 내용을 바탕으로 수입 총액을 정하고 그 총액에 근거해서 그해 11월부터 다음 해 10월까..
매체가 성범죄에 기여하는 법 드라마 제작 과정에 참여한 이후 작가교육원에 다니고 있다. 작가교육원에서는 단막 대본을 과제로 제출해야 하는데, 얼마 전에 내 대본에 대한 합평이 이뤄졌다. 30대 후반의 남녀가 서로에 대한 감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는 이야기. 남자는 여자의 나이가, 여자는 남자의 경제적 안정이 신경쓰여서 고민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두 사람이 서로 고민하는 그림을 보여주려면 전형적인 멜로와 달리 두 사람을 빨리 붙인 후에 서로 떨어져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두 사람을 단막 안에서 다시 붙이려면 두 사람을 붙일 결정적인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결정적 계기'로 직장내 성희롱, 성추행을 잡았다. 개념 없이 함부로 30대 후반의 여자에게 결혼이 늦었다고, 애는 어..
30대의 연애에 대한 생각을 돌아보며 서른에 결혼하고 싶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생각은 사실 내 생각이 아니라 내게 주입된 어머니의 생각이라는 것을. 그 생각이 사실 어머니에게서 주입된 생각이라는 것을 나는 30대 초반에서 중반, 중반에서 후반으로 가면서야 알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들이 이 나이 될 때까지 결혼을 못하고 있을 줄 몰랐다'라고 말씀하시는 빈도와 강도가 강해지고 급기야 내가 결혼하지 못한 상태로 40이 되자 마치 세상이 끝난 것처럼 종종 결혼과 손자와 손녀의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보며 그것은 어머니의 집착이었고, 나는 그 영향을 받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결혼과 연애의 문제에 있어서 20대 후반에 가장 급했고, 30대 초반에 가장 초조했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나 자신을 느꼈다. ..
이런저런 생각과 말들 수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3개월 정도 통장을 까먹고 있었고, 그나마 있던 일의 마지막 보고서를 지난 주말에 보내고 나니 '야, 이거 참 하나님께서 날 또 어떻게 먹이실지 모르겠네' 싶었다. '에라이 모르겠다. 일단 숨 좀 쉬러 제주도나 가자'라고 생각하며 지난주에 비행기표를 예약한 일정에 맞춰 숙소를 찾다가 결국은 말도 안되게 비행기 일정을 변경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프로젝트가 이어질 동안에는 잔고가 줄지는 않을, 아마 코딱지만큼 늘어날 정도의 비용을 받게 됐다. 여기에 몇 가지가 더해지면 조금 더 여유가 있어지겠지. 잔고가 줄지 않을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이 풀리면서 마음이 편해지는 걸 보니 꽤나 긴장하고 걱정을 하고 있었나보다. 굶기진 않으신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광야에..
감정을 알고 싶다면 질문을 하세요 어렸을 때 거짓말을 많이 했다. 치밀하지 못했던 어린 나의 거짓말은 금방 들켰고, 나는 어렸을 때부터 못된 짓만 익힌 아이가 되었으며, 피노키오 얘기를 수백번도 더 들어야 했다. 어렸을 때 소리지르며 대들었다. 뭐, 어렸을 때만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러고 나면 난 항상 버리장머리 없는 호로자식 취급을 받곤 했다. 그때는 내가 정말 나쁜 아이인 줄 알았다. 내가 정말 세상에서 극악한 사람인 줄 알았다. 그렇다 보니 항상 죄책감에 시달려 살았다. 30대 중반까지도 그랬다. 때로는 장남이란 이유로, 때론 그저 부모님이 원하시는 모습에 미치지 못했단 이유로 난 죄인이 되었고, 그때마다 난 내 자신을 갉아먹어야만 했다. 그리고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단 이유로 난 신뢰받지 못하는 아이가 되었고, 쉽게 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