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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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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칭찬할 게 있어야 하지!' 나만 많이 들은 말일까? 기준이 높은 부모님을 둔 덕에 사실 난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부모님에게 칭찬을 들은 기억이 없다. 그나마 아버지는 술이 좀 취해서 들어오시면 술김에 칭찬을 쏟아내고 포옹을 하려고 하시고는 했는데 솔직히 그렇게 들은 칭찬은 칭찬으로 들리지 않고 그 상황이 그렇게 좋게 기억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부모님께서 내가 한 일들에 대해서 뿌듯하게 여긴 적이 없으신 건 아니다. 나중에 들어보면 뒤에서 주위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내 자랑을 하시기도 했다는 걸 건너서 듣기도 했고, 부모님과 부딪힌 이후에 그런데 우리 집은 정말 칭찬을 안 한다는 얘기를 할 때면 두 분 모두, 특히 어머니께서는 미안해하셨으니까. 두 분이 칭찬을 입 밖에 내서 잘 하지 못하시는..
다름과 틀림의 다름에 대하여 말과 단어의 선택에 예민한 편이지만, 너그러워지기 위해서 많이 노력을 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름'과 '틀림'이라는 단어의 사용에서는 잘 너그러워지지 않는다. 한창 사춘기인 중학교 때부터 그랬으니 꽤나 오랜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있다. 그 말에 특히나 예민한 것은 무엇인가를 '다르다'라고 인식하는 것과 '틀리다'라고 인식하는 것의 차이는 매우 크기 때문이다. 다르다고 인식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차이가 있지만 그럴 수 있겠다'는 관용의 마음이 일부 포함되어 있고, 그 말을 듣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을 의미하지만, 틀리다고 인식하는 것은 '너는 잘못 생각하고 있고 내가 맞는 거야'라는 판단과 평가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이 두 표현을 잘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
걱정, 하지 말자 지난 몇 년의 시간은 내게 터널과 같이 어두웠다. 뭐 얼마 간의 빛을 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어두웠다. 그 안에서 나는 계속해서 미래를 걱정하며 이런저런 계산을 해야 했다. 내 나이가 몇이고, 그리면 뭐는 하고 있어야 하고, 내가 이것도 늦었네, 결혼도, 애를 가질 나이도 늦었고 돈도 모여있지 않고 등등등. 걱정이라는 걱정은 다 할 수 있는 상황에 있었다. 지난 몇 년간. 그리고 지금도 내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주위에서 지인들이 내게 근황을 함부로 물어보지 못하고 내 상태를 주기적으로 체크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아 물론 나도 정신과 전문의인 내 친구한테 가끔 내 상태가 이상한 건지 확인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내 기본적인 성격이 막연하게 불안해하는 스타일은 아니고 걱정을 하면서 다음 계획을..
우리에게 가족이란? 미국이나 유럽은 한국에 비해서 가족 중심적인 문화가 굉장히 많이 자리를 잡고 있다. 실제로 미국으로 이민을 간 대학 선배의 SNS에는 주기적으로 가족끼리 여행을 간 얘기들, 아이들과 놀이터에 있는 모습, 그리고 저녁을 6시에 집에서 가족과 같이 먹는 모습이 올라온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내 가정을 꾸린 후에는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과연 한국에서 그게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먼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유럽, 정확히는 독일에 가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시내 한 가운데에 숙소가 있었음에도 도시가 금방 어두워졌다는 것이다. 워낙 가족 중심적인 문화가 발달해 있다보니, 사람들은 저녁에 굳이 밖에서 늦게까지 노는 경우가 많지 않고 가족과 저녁에 식사를 하는 것이 자연스..
내가 이상을 꿈꾸는 이유 이상을 꿈꾸는 이유 스스로를 현실적 이상주의자로 분류한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다. 그리고 공동체주의적 자유주의자라고도 생각한다. 두 가지 모두 이상을 목표로 하지만 현실의 한계는 인정한다는 요소를 갖고 있는 표현이다. 내 현실 속에서는 그 현실적 제약을 인정해야 하지만, 내 글에서만큼은 항상 이상을 말하고 싶다. 이상을 꿈꿔야, 우리네 삶이, 우리가 사는 사회가 그에 최대한 가까이 갈 수 있지 않겠나? 내가 계속해서 이상향을 떠올리는 것은 이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졌으면 좋겠고,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기 때문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사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하고, 본 세계를 바탕으로 글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내가 쓴 글에 공감하는 사람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기 때..
인생길에 대한 생각 인생길도 걸어가다 보면 막힐 때가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보며 살아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는 막다른 길에 도착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조금 더 어렸을 때는 내 앞에 있는 벽을 넘어가기 위해서, 혹은 절벽을 기어서 내려가기 위해서 버둥거렸던 것 같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 인생길에 첫 발을 들여놨을 때부터 선택하지 않은 것이 더 많았다. 우리 부모님은 물론이고 내가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만났을 때 하게 되었던 생각, 느끼게 되었던 감정. 어느 하나 우리가 선택한 것이 있었던가.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고, 그런 감정이 들었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같은 길에 있었어도 느끼지 않았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들을 우리는 우리가 첫 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내 안에 있었던 무엇인가를 통해..
산다는 것에 대하여 아둥바둥 난리법석.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안정적인 미래를 담보받기 위해 우리는 매일매일을 그렇게 살아낸다. 사실 국가라는 것도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었을테다. 산짐승과 힘이 센 이들에게서 스스로를 혼자 보다는 둘, 둘 보다는 셋, 셋보다는 넷이 모여 있을 때 더 잘 보호할 수 있었기에 그렇게 옹기종기 아웅다웅하며 모이던 것이 점차 커져서 국가라는 것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노직은 말했고 나 역시 그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네 인생을 보면 이것이 뭔가 싶을 때가 많다. 먹고 사는 문제는 사실 다 해결될 정도로 식량이 생산이 되는데, 그 분배는 돈이 도는 곳으로만 돈다. 사실 돈이 도는 곳을 보면 그것이 우리네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반면, 돈이 돌지 않는 영역에서는 우리가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