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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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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풍경_이상형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 봐 이젠 소개팅을 주선할 만큼 괜찮은 싱글들이 주위에 남아있지 않지만, 소개팅을 한창 많이 주선할 때 나의 첫 질문은 항상 똑같았다. '이상형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 봐' 이 말에는 보통 두 가지 반응이 나온다. 첫 번째 부류는 '정말요?'라면서 당황하는 부류이고 두 번째 부류는 '자세히 설명할게 뭐 있나요?'라고 답하는 부류다. 첫 번째 부류는, 본인들은 되게 분명한 이상형은 그려놨지만 본인이 스스로 얘기하기가 민망해서 말한 적이 없거나 말했다가 '그래서 니가 싱글인 거야'라고 핀잔을 들은 경험이 있는 경우다. 두 번째 부류는 이상형이라는 것 자체를 크게 고민해 본 적이 없는 경우로, 대부분은 '예쁜 여자/잘생기고 키 큰 남자' 또는 '착한 사람'처럼 누구나 의례 할 수 있는 대답..
연애의 풍경_경험 연애를 많이 해보라는 말 사실 이젠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라는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마땅히 설명을 하지 못하는 편이다. 하지만 30대 중반 정도 되는 나이까지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연애를 해 보고 이렇게 진지하게 사랑과 연애에 대한 고민을 해본 결과, 이제는 어떤 사람과 가정을 꾸리면 잘 맞을 것 같은 지가 그림이 대략적으로는 꾸려지고, 그 사람과 나 사이에서 중요한 부분이 맞으면 연애기간이 길지 않더라도 결혼을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과 난 완벽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완벽한 배우자는 없고, 적당히 서로 맞춰가야 할 부분들은 분명 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드는 사람과 결혼을 해도 그 관계에서 갈등은 있을 것이다. 다만 이젠 내..
연애의 풍경_시작 우리는 언제 연인이 되는가? 어려운 문제다. 두 사람은 언제부터 연인일까? 두 사람이 언제부터 연인인지가 연애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 중에 하나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는 사람마다 연애를 시작할 수 있는 감정, 두 사람이 공유한 경험의 정도에 대해서 다른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정도 감정의 크기면 연애를 하는 건가?'라고 망설이다 인연을 놓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반대로 '이 정도면 연인이지'라는 생각에 섣불리 접근했다가 거절을 당하기도 하지 않나? 이 문제를 조금 더 실용적으로 접근하자면 '우리는 언제부터 다른 이성을 이성의 차원에서 알아가는 것을 그만하고 한 사람에게 집중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두 사람이 연인이 되기 전까지, 소위 말..
연애의 풍경_사랑 사랑이 뭘까? 앞선 글에서 장황하게 특정한 느낌이나 현상이 사랑은 아니라고, 그런 느낌이나 현상은 다른 욕구, 욕망 등으로 인해서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그렇게 외치는 사랑이란 뭔가? 이전 글에서 어떤 것을 사랑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00는 00가 아니다]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해주는 것은 별로 없기에 우리는 연애, 결혼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기 위해서는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런데 사랑에 대해서 우리가 가볍게 생각하게 된 것은 어쩌면 우리가 '사랑'이라는 표현을 너무 쉽게, 많이 사용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는 말, 우리는 얼마나 많이 듣나? 인간은 누구나 흔하게 접하는 것은 가치 있게 여기지 않게 되..
연애의 풍경_감정 '사랑'인가요? '사랑'하면 어떤 감정이나 마음이 떠오를까? 설레임? 흥분? 심장박동? 기혼자들에게서 들려오는 결혼하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설레임이 없어진다는 얘기들, 그리고 계속 심장이 뛰어면 심장마비에 걸려 죽는다는 우스갯소리에 비춰봤을 때 대부분 사람들은 '사랑'을 위와 같은 감정상태들로 여기는 듯하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그런 감정이 수반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적인 상태 자체가 사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는 우리가 연인이 아닌 다른 것 혹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데서 알 수 있다. TV에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왔을 때, 아니 조금 더 적나라하게는 그 연예인을 실물로 봤을 때 우리는 모두 설레이고, 흥분되기도 하며,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지 않던가?..
연애의 풍경_필요 우리 사회에서 연애에 대하여 연애에 대한 글을 브런치에서 쓰면서도 사실 항상 조심스럽다. 내가 속한 업계 (?)가 워낙 보수적이라 내가 이런 류(?)의 글을 온라인에서 쓰고 있는 것을 알면 나에 대한 평판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애는 우리 사회에서 일면 별것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연애가 그렇게 별것이 아니라면 연애를 하고 있지 않은 싱글남녀에게도 연애와 결혼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하지 말아야 할 텐데 연애를 별것도 아닌 것처럼 여기는 '어른'들은 일정 이상 연령대의 남녀에게는 여지없이 연애와 결혼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고, 관심이 없다거나 하고 있지 않다고 하면 근심과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설교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또 있을까?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런 '..
연애의 풍경_서문 돌이켜 보면 난 '이성'이라는 존재에 일찍 눈을 뜬 편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딱 집어서 내가 좋아했던 여자아이의 이름을 지금도 기억할 정도니 말이다. 요즘에야 유치원 때부터 '나 누구 좋아해'라고 하면서 남자친구, 여자친구 얘기를 하지만 최소한 내 기억에는 내가 어렸을 때 그런 분위기가 많지는 않았다. 고학년이 됐을 때는 서서히 그런 분위기가 생겼었는데 주위 사람들과 얘기를 해보면, 당시 나의 이성에 대한 접근 방식이 너무 진지했다. 같은 반에 같은 단지에 좋아하는 친구를 좋아했었는데, 어머니 심부름을 다녀올 때면 항상 그 아이 방에 불이 켜져있는지를 보면서 불이 켜져 있으면 그 친구가 뭘 하고 있을지를 궁금해하고는 했으니까. 그 이후에도 나는 유독 이성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었다. 많이 보수적이고..